약 600년전 전성기때 중국 해군은 아시아 바다를 제패했다. 황해로부터 자바섬 너머 인도양까지 적수가 없었다.
칭다오 동쪽 항구의 부두에는 유도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이 정박 중이다. 중국 북양함대 사령관 딩 이핑 해군소장은 명(明)왕조의 환관 제독인 쩡허의 이름에서 이 구축함명을 따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키가 7피트(2m13)나 됐던 쩡허는 62척의 전함과 약 3만명의 병력을 갖추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를 지휘했다. 쩡허의 함대는 아라비아해와 동부 아프리카 해안까지 진출했다.
이 함대는 첨단 나침반을 갖추고 항해했으며 눈금을 표시한 향나무 막대기로 시간을 쟀다. 한 학자는 쩡허의 '보석 함대'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달하기 70년전 세계를 항해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년후 새 황제는 쩡허에게 함대를 해체하라고 명령했고 중국은 그후 50년간 내부로 눈을 돌려버렸다.
이제 중국 해군은 새 전함과 무기체계 구비에 매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사용하며 쩡허의 유산을 되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구축함 칭다오호와 보급선이 팡파르를 울리며 귀환했다. 칭다오호는 외국 해군과 유대를 다지면서 4개월간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 항해는 중국 해군의 첫 세계순항으로 기록됐다. 딩 소장은 칭다오 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적 이유로 인해 과거에 우리는 세계 순항을 마칠 수 없었지만 이번엔 조국이 우리에게 맡긴 임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순항을 마친 중국해군 함대가 소규모이지만 항해 자체는 의미심장하다고 말한다. 안보전략에서 중국 해군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전주곡이란 분석이다. 런던 왕립국방연구소의 아시아담당 수석연구관 앤드류 케네디는 "실제 항해 능력 자체보다 항해능력이 가지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순항은 중국 해군 현대화의 장기 목표와 관련 몇가지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미국이 막대한 군 현대화 예산을 숨기고 있다고 비난하자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7월 육군과 공군기지를 기자들에게 개방하며 예산 투명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당시 칭다오 호는 해외에 나가있었다.
은퇴한 해군 제독 에릭 맥버던은 "중국은 주로 타이완과 타이완 위기에 간섭하는 미국에 대처하는 데 해군력 양성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중국 해군 시스템은 이 목표 달성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베이징주재 미국 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했고 지금은 동아시아 안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2300만 인민이 살고 있는 타이완을 '반역 지역'으로 보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중국본토에 합병시키려고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해군은 타이완 반대편의 해군 기지에 두 척의 러시아제 구축함을 추가 배치하면서 해상 함대를 강화해왔으며 두 척을 추가 주문해놓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라고 군사분석가들은 말한다.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어떤 아시아 국가 해군도 격추시킬 수 없다.
중국은 소음많고 구형인 50~60척 규모의 잠수함 전력도 향상시키고 있다. 중국 해군은 최근 소음이 거의 없는 킬로급 러시아제 디젤 공격 잠수함을 증강 배치했으며 8척을 러시아에 추가 주문해놓고 있다. 중국은 또 올해 말까지 러시아제 최신 전투기 40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제인 국방연감에 따르면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이 전투기는 공대지 대함 미사일을 정확하게 발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 해군은 타이완 섬 봉쇄에 결정적인 요소인 정교한 대함 무기를 증강하면서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군사분석가들은 그러나 많은 군비문제로 중국해군의 항공모함 배치는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보았다.
해군력 증강은 타이완 해협문제를 떠나 장기 안보목표와 지속적인 경제성장 보장 등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해군력 증강론자들은 남중국해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중요시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쇄된 지도는 남중국해를 중국 영해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영해로 규정한 지역은 베트남 해안을 따라 내려가 남으로 보루네오 섬까지며 북으로 필리핀 제도를 거쳐 타이완 동부해안까지 U자 모양을 하고 있다.
이 환상선은 영토분쟁 지역인 스프라틀리와 파라셀 군도를 포함한다. 이 섬들은 동남아시아 몇몇 국가들이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1993년부터 석유 수입국이 됐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해군을 중동지역으로부터 석유수송로를 확보하는 핵심전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지역 맹주가 되려면 기술적으로 앞선 일본 해상자위대와 경쟁할 있는 해군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