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우먼-1366센터 소장 문숙경씨

입력 2002-09-30 14:07:00

경상북도 여성 1366센터 소장 문숙경(48)씨. 여성신문 경북지사장이기도 하다. 이전엔 대한 적십자 경북지사 사회봉사과장으로 8년간 근무했다. 국번 없는 전화 '1366'은성폭력.가정폭력.매춘 등에 노출된 여성과 가출한 여성을 돕는 기관이다. 전문 상담요원 9명이 24시간 365일 대기한다. 피해 여성은 전화 한통화로 긴급보호는 물론 보호시설 입소.경찰.검찰.의료복지기관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 센터의 소장으로 부임한 문 소장이 맨 먼저 착수한 일은 협의체 구성작업.1366에 전화를 내는 여성들은 대개 즉각 구조를 필요로 하거나 상습 폭행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구하거나 보호하는 일은 전화통 앞에 앉은 상담자의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문 소장이 경찰.검찰.변호사.병원.보호시설 등과 협의체를 구성한 이유이다.

지난 1년 동안 문 소장이 다리품을 팔거나 세미나를 통해 구성한 협의체는 변호사 7명, 병원 8개, 경상북도 전 지역의 파출소, 각종 상담소, 쉼터 등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많다. 경북도내 구석구석까지 거미줄 보호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이전엔 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었다. 기껏해야 '오죽하면 남편이 때리겠느냐. 남편인데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냥 좋게 해결하라'는 방관적인 말을 듣는 게 고작이었다.

"처음엔 경찰들과 많이 싸웠어요.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컸거든요.하지만 지금은 경북 전 지역의 경찰들이 여성을 돕습니다. 명함마다 '여성 폭력상담은 1366'이라는 문구를 새겼을 만큼요". 문 소장은 경찰과 검찰, 언론, 법조인, 공무원들의 도움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강자의 작은 도움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는 엄청난 힘이 된다는 말이었다.

"가출소녀 보호시설은 딱딱하면 안돼요. 빈틈없이 정돈된 시설과 엄격한 지도관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요. 집이 싫어 나온 아이들에게 그보다 더 엄격한 통제가 통할 리 없죠. 자유로운 분위기와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문 소장은 가출 소녀들을 위한 많은 시설들이 엄격한데다 눈높이 마저 높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팔자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남편문제 집안문제이니 만큼 혼자 감내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죠". 문 소장은 피해여성이 전문가에게도움을 요청하면 운명인줄 알았던 불행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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