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 '실망없는 대화'를

입력 2002-09-27 15:04:00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이 이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근 2년동안 대북봉쇄의 '아웃펀치'만 계속 날려온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불량국가로 지목한 북한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방향을 튼 것에 대해 환영하며, 일단 물꼬를 튼 다음에야 큰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과 북한 모두 큰 양보·대타협의 '빅딜' 없이는 "만나 봤자"라는 뿌리깊은 낙담의 반어법(反語法)이다.기실 '북·미 접근'은 한반도 평화구축의 마지막 수순이란 점에서 일대 전환점이 될수도 있다.

북한이 이제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잔꾀를 버렸듯이 미국이 이라크 공격·북한대화의 '통북봉이'로 선회한 배경에는 북·일 정상회담의 쇼크, 아셈 즉 아시아·유럽정상들의 북·미대화 촉구, 그리고 신의주특구·외국인 초대 행정장관의 임명 같은 북한정권의 파격적인 대외선언들이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노린 러시아와 북한선점(先占)의 중국 등 한반도를 겨냥한 아시아·유럽 열강들의 참여경쟁에 미국이 '앗차'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강경기조에서 쉽사리 물러설것 같지는 않다. 핵사찰의 당장 수용,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수출중단, 재래식 무기의 휴전선철수, 인권문제 등에서 미국의 목청은 여전히 높다. 불신의 탑이 너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의 대화를 거듭 천명하고 나선 김정일 위원장의 전향적 자세를 미국이 외면만 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따라서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보다는 미국의 보다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해보는 것이다. 그것은 단계적 해결방안이다. 동시에 그것은 북한측에도 적용된다.

어쩌면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깜짝카드로 세계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김정일 정권으로선 이번 북·미대화를 정상회담으로까지 진전시켜야할 불가피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 적대정책의 포기와 체제보장을 요구하려면 쇼크요법보다는 진실로 평화와 공존의 대열에 참여하고자하는 '신뢰의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 요체다.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도박을 건 신의주특구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구할 수가 없음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남·북한을 둘러싼 미·일·중·러 4강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마치 대한제국 말기의 열강의 각축을 떠올리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우리정부는 북한과 4강의 관계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이다. 4강과의 사전협력·대화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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