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5일 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강경일변도였던 미국의 대북정책이 대화와 타협으로 전환할 것임을 예고하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 새로운 단계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물론,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이큰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한반도 주변정세에 '신 데탕트' 기류가 빠르게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이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핵.미사일 문제 등 북미간 현안을 놓고 성명전만 벌여왔던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현안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미국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언해왔으나 실천의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6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가 서해교전사태를 이유로 파견을 미뤘으며 우리 정부의 특사 파견 요청에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미국이 이같은 자세에서 벗어나 대화쪽으로 갑자기 돌아선 것은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데서 그 일차적 동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 개혁과 개방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등 이달들어 한반도 주변정세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정세변화 속에서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면 대화로의 자세변화가 필요하다고판단한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여기에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한.일 양국 정상이 북미 대화를 촉구한데 이어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등 국제여론의 압력도 미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큰 동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미국의 태도변화는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북한을 이라크와는 분리해서 다룬다는 점을 내세움으로써 국제적인반대여론에 부딪히고 있는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바라고 있는 북미대화 요청을 들어주면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얻어낸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가 무엇이건 북미대화의 장이 마련됨으로써 일단 한반도 주변정세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갖게 됐다.그럼에도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여전히 완강한 점에 비춰 북한측의 대폭 양보없이는 북미관계의 진전은 기대수준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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