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의주 특구 성공하려면

입력 2002-09-23 14:26:00

신의주 일대를 완전히 자본주의식 경제특구로 개발하기 위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돌연 공표함으로써 북한은 일단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으로 뒤늦게나마 세계화 대열에 뛰어든 김정일 북한정권의 생각의 대전환을 환영하고 그 성공을 위한 후속조치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변혁'이 실패할 경우,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내 강경세력과의 갈등이 북한 권력내부를 뒤흔들어 한반도 냉전의 먹구름은 걷히지 않게될 것이며 지금껏 우리가 공들여온 평화공존·화해의 탑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국방 등 특수부문을 제외하고 신의주특구에 입법·행정·사법의 3권을 부여,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홍콩식 경영기법을 도입하겠다는 이 기본법은 사회주의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모험일 수 있다. 특히나 외국기업들에게 50년간 토지 임대 및 개발·이용을 보장하고, 이 기간동안 특구법의 불개정을 명문화한 것은 이 제도에 북한이 사실상 사활을 걸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1월 중국방문때 받은 '상해의 충격'을 잊지못했고, 북한경제의 몰락은 곧 정권의 몰락임을 절감했을 터이다. 그토록 하기 싫어 질질 끌어온 남북철도 연결사업의 마침내 착공이나 북·일 정상회담에서의 일본인 납치사과, 대미(對美) 대화에의 잇단 손짓은 북한정권이 그토록 매달려온 '주체성'의 훼손임에 틀림없지만 쇄국(鎖國)이 북한인민을 밥먹여줄 수 없는 국제현실의 벽을 인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쌀배급제·달러환율의 변동 등 지난 7월의 경제개혁을 몇단계나 껑충 뛰어넘은 '신의주 특구'가 성공하려면 밝혀진바 법적·제도적 장치의 보장 이상의 후속조치들이 뒤따라야 함은 북한당국자들도 알고있을 터이다.

특구의 목표는 오로지 투자유치와 외화획득을 통한 북한경제의 회생이겠지만 거기엔 무엇보다 국제적 신뢰성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외국인·외국기업들의 경제활동은 북한정권의 평화의지, 대외관계의 유연성에 의해 보장받는 것이지 제도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진·선봉 특구의 실패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다.

어제 또다시 북한을 불량국가로 설정한 미국과의 실질적 관계개선이 신의주 특구 성패의 영향력을 갖는 것도 이때문이다. 북한진출의 핵심인 남측기업들이 신의주에 대거 달려들지의 여부도 바로 북한이라는 '국가의 신뢰성'이 결정할 것이다. 예상되는 군부등의 반발을 어떻게 다독이고 대외적 신뢰도를 높여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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