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뒤안길 묻힌 민중의 삶

입력 2002-09-16 14:10:00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던 한국 근.현대사 100년 속 민중생활사에 대한 대규모 학술연구가 영남대에서 본격 착수됐다.

영남대는 14일 영남대 박현수 교수(한국학부)를 중심으로 100여명의 연구인력이 참가하는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단' 출범식을 갖고 3년간의 연구에 돌입했다.

박 교수팀이 지난 8월 학술진흥재단에 제출한 '민중생활사의 기록과 해석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 재구성'은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 인문사회분야 지원과제로 선정돼 향후 3년간 총 36억원의 국비지원을 받는 대형 프로젝트다.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와 목포대, 전주대, 중앙대 등 3개 지역 6개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립영상원,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문화인류학회 등 8개 기관이 연구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일본 규슈대학이 국외협력팀으로 참가한다

이번 연구는 "매일같이 사라져가는 20세기 증인들의 생활물증은 지금 당장 조사하지 않으면 그 세기를 담당했던 민중들이 역사없이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책임연구자 박현수 교수는 "특정 계급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민중의 삶과 문화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학문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20세기의 재평가를 통한 역사의 민주화를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인문학을 실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밝혔다.

연구영역은 생활공간과 생활문화, 사회관계와 관계망, 의례와 예술행위 등 3개의 주제군으로 전개된다. 자료수집은 △ 구술 생애사 △ 20세기 생활사의 물증 △ 영상과 문서자료 △ 문학.예술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자료수집.조사지역은 서울과 인천, 김포를 중심으로 한 경인지역, 대구와 성주, 포항과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군산과 김제, 나주와 목포를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 등이다.

연구는 1,2차 연도(~2004년 8월)에는 현지조사와 자료수집 및 정리로 진행되고, 3차 연도(~2005년 8월)에는 '민중생활사 아카이브' 구축 및 '민중생활사 자료집' 간행 순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완료될 경우 그 동안 한국 근.현대사에서 소외돼 온 민중사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문자와 음향, 동영상으로 구성된 민중생활자료집은 종합 문화콘텐츠로서의 효용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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