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느는 粉飾회계, 잡아야 한다

입력 2002-09-11 14:45:00

건실한 자본주의는 투명한 기업경영의 토대위에서 뿌리를 내린다. 업계의 유리알같은 회계 투명성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은 투자를 결정하고 이에따라 '자본주의 꽃'인 주식시장도 건전하게 육성된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속이는 분식(粉飾)회계를 자본주의를 거스르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우리나라의 분식회계가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들고있다는 것은 업계의 도덕 불감증이 다시 만연한다는 우려와 함께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 아닐 수없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분식회계 관련 자료에 따르면 98년에 8조1천600억원(71개사)에 달했던 분식회계 적발 규모가 외환위기 극복에 한창이던 2000년엔 1조4천800억원(59개사)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2조9천억원(64개사)으로 다시 늘기 시작하더니 올들어서는 지난 상반기 중에만 이미 36개 회사가 3조9천억원을 분식회계 처리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의 선두 주자인 미국이 엔론 사태로부터 시작된 기업회계 부정 파문으로 인해 지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국가 신뢰마저 추락한다는 교훈을 미국을 통해 우리는 지금 간접 학습하고있는 중이 아닌가. 두말할 나위없이 분식회계는 근절돼야 한다.

분식회계가 급증하는 것은 세계적인 경제 불안에다 정권말기의 도덕 불감증이 가세, 업계의 내부 통제가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영향도 있다. 증권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려다 보니 거짓 장부를 만들어서라도 주식 값을 띄우려는 의도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98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분식회계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은 회사는 모두 296개로 분식회계 관련 금액은 모두 23조5천9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징계 내용을 보면 감사인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건의 2건, 특정회사 감사제한이 71차례, 이밖에 공인회계사 1명 등록취소, 4명 고발, 직무정지 32차례가 고작이다.

분식회계로 회사 사정을 호도해 공적자금을 챙긴 업체가 얼마나 많은지는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분식회계 근절에 정부가 단호히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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