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표심

입력 2002-09-09 15:39:00

16대 대선을 앞둔 유권자의 특징은 대선을 100일 앞둔 현시점까지 지지후보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예년에 비해 매우 두텁게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시중 부동자금이 돈 될 곳을 찾아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변화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진 20~40대 유권자들이 표를 던질만한 참신한 후보를 찾아 쉴새없이 방랑을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남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30% 정도의 비교적 튼튼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60%선까지 치솟았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노풍(盧風)이 잦아들면서 20% 안팎에서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노풍이 꺼지면서 이탈한 젊은 유권자들의 표가 대선출마 선언을 앞둔 무소속 정몽준 의원에게 쏠리면서 정 의원을 최단기간에 일약 지지율 1위의 정치인으로 밀어올린 점만 봐도 현재 유권자들 가운데 부동층이 얼마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주류업체에 근무하는 김원종(35)씨는 "아직까지 반드시 찍어야겠다고 생각되는 후보가 없다"면서 "아직 시간이 충분한 만큼 검증과정을 더 지켜보고 마음을 정하겠다"고 말해 젊은 유권자들의 '유보적인'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지역분할 구도 위에서 어지간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 지지기반을 갖고 있었던 '3김'과 달리 현재의 후보군들은 지역구도가 완화되면서 사소한 요인과 돌발변수에도 쉽사리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들이 '3김정치'의 족쇄로부터 이탈, 상대적으로 넓어진 선거환경의 틈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사장은 "예년같으면 대선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는 후보별 지지율 분포가 대체로 고정되고 정리를 해나갈 시점인데, 이번에는 대선구도가 쉽게 정착되지 않고 있다"며 "밥상이 덜 차려진 상태에서 유권자들이 뭘 먹을지 선택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대선후보군의 우열은 양자 혹은 3자구도 등 대선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는지에 따라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검증과정에서 누가 실수를 덜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층의 다수를 점하는 20~40대 유권자들의 최종 정착지가 어디가 될 것인지, 투표장까지 갈 만큼 선거에 매력을 느낄 것인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