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딸이 아빠가 아들 둔 부모보다 훨씬 낫다"-남아선호 사상을 무찌르기 위해 가족계획 강사들이 흔히 써먹어온 것 중에 굴원(屈原)의 고사가 있다. 굴원은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우국서정시인이다.
그는 나라가 망하자 벽하수란 곳에 투신자살했다. 아홉 아들 딸 하나가 있었는데, 시신이 떠내려간 동정호까지 배를 타고가 아비의 시신을 찾아내고, 물고기에 먹히고 없는 머리를 금붙이로 만들어 붙여 후히 장사 지낸 자식은 바로 딸이었다. 한국은 이 고사(故事)와 궁합이 맞았는지 가족계획에 성공했으나 정작 고사를 낳은 중국은 실패했다.
인구문제가 향후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라고 고민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너무 많아도 탈, 적어도 탈이다. 인구가 곧 국력이라고 믿는다면 정책은 출산장려 쪽으로 갈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생전의 마오쩌뚱(毛澤東)과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다. 1950년대, 마오(毛)가 원자폭탄을 가진 미국을 종이 호랑이라며 우습게 안 것은 인구 10억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미국이 폭탄을 대륙에 퍼붓는다해도 중국사람을 다 죽일 수 있느냐는 코웃음이었다. 13년전 차우셰스쿠의 독재정치가 무너졌을 때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여자들이 몰린 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산부인과였다. 노동력 향상을 위해 피임약 제조를 금지시키고 피임서적을 책방에서 추방하고 심지어 부부관계 횟수까지 독려할 만큼 출산장려에 광분했던 독재자가 죽었으니 낙태행렬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지금, 아랍의 틈바구니에서 버티고 있는 이스라엘의 지상목표도 바로 인구증가다. 유럽의 전쟁사(史)에서 패배쪽이 더 많았던 프랑스의 지난 100년간의 국가 정책도 오로지 '인구 증가'였다. 그 결과 프랑스는 2001년 현재 출산율 1.89로 웃고 있고 독일은 1.34로 우울하다. 가임여성 1인당 평생 출산수가 1.33명인 일본도 심각한 표정이다.
이른바 엔젤 플랜(Angel plan)으로 세금 등 각종혜택을 줘가며 아이낳기를 유혹하고 있지만 젊은여성들의 반응은 여전히 '돌부처'라고 전해진다.
현재 인구 2천300만인 북한도 인구늘리기에 열심이다. 정책의 목표가 바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국방과 노동력 때문이다. 여덟 아이를 낳은 여성이 '노력영웅'의 칭호를 받았다고 탈북자는 전한다.
인구증가에 유일하게 질겁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인구는 국력'이라는 마오(毛)사상의 후유증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남존여비에 해당하는 중남경녀(重男輕女)사상의 악연이기도 한 인구팽창은 중국에 괴로움 그 자체다. 중국인구는 지금 13억.
1949년 5억정도이던 인구가 30년만에 10억에 육박하자 놀라자빠진 중국당국은 80년부터 '1가구 1자녀'를 강제했고 그 정책은 실패했다. 첫딸 낳은 부부가 아들을 얻기위해 '헤이하이쯔' 즉 흑해자(黑孩子)를 양산(量産), 그것만도 1억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흑해자는 검은 아이, '호적에 올리지 못한 숨겨논 자식'을 이름이다. 마침내 중국은 1가구 1자녀 정책을 가족계획법이라는 이름의 공식 국가법률로 제정, 며칠전 9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종의 '인구비상사태'선포다.
우리나라도 지금 인구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중국관 거꾸로, 출산율이 곤두박질쳐서 비상이다. 이제부터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으려면 가임여성 한명이 평균 두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최근에 나온 '2001년 출생통계'는 1.30으로 심각하다.
1960년에 무려 6명, 70년에 4.5명이던 우리의 출산율은 이후 모자보건법에 따른 출산억제정책으로 83년 2.1명, 99년 1.42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10년후에 인구 5천만명을 돌파하지만 20년후엔 5천68만명을 피크로 해서 인구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총인구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의 감소는 물론 교육정책.사회보장.노동시장 문제 등에서 심각한 사회갈등을 빚게 된다는데서 국가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한국사회의 조로증(早老症)이다.
뒤늦게 정부가 '출산제고형'으로 인구정책을 되돌리고 있지만 출산율의 감소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2.1명에서 1.4명으로 떨어지는데 일본 등 선진국이 30년 걸렸지만 우리는 16년이다.
왜 이런가? 대책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취업과 탁아문제로 귀결된다.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의 증가와 함께 미혼여성의 80% 이상이 결혼후에도 일자리를 원하지만 첫 출산후 일하는 여성은 20%뿐이다. 육아문제가 여성취업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얘기다. 결국 출산장려와 함께 탁아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길이 한국사회 조로증의 치료책인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 영.유아수는 430만명, 보육시설 이용은 70만명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200만명에 이르는 3세미만의 영아수탁률은 고작 7%다. 더 이상 민간시설에 보육을 맡길 일이 아니다.
공보육-이제 국가가 보육문제를 떠맡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맡겨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한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는 보고서는 이미 나와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