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제빵 국가기능장 최원도씨

입력 2002-09-02 14:00:00

제과 국가기능장 최원도(47)씨는 하루 3-4번 빵을 구워낸다. 갓 구워낸 신선하고 맛있는 빵으로 고객을 맞기 위해서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빵 맛은 무엇보다 정성'이라는 철학을 터득한 그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빵과 씨름하고 있다.

대구시 동구 방촌동 우방 강촌마을아파트 상가내에 있는 '코른베르그 제과점'.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대구 전 지역과 멀리 포항, 청도, 경산에서도 최씨의 빵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그가 만들어내는 빵은 맛이 있다. 전체 고객중 40%가 외지 사람이다.

그가 이곳에 가게를 낸지도 올해로 6년째.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자마자 그는 2층 공장으로 직행한다. 반죽을 올리고, 재료를 다듬는 손놀림이 바쁘다. 군침이 돌 정도로 구수한 빵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포항.청도서도 맛보러와

그가 제빵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1975년. 약관 20세 때의 일이다. 당시로는 인기직종이었던 탓에 서울 유명 제과점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어느 정도 빵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 제빵기업 기린주식회사에 취직했다.

10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생산책임자까지 지낸 그는 1989년 처음 자신의 가게를 냈다. 성공의 꿈을 안고 독립했지만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이곳저곳 가게를 옮겨다니며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대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했고, 영세한 일반제과점으로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대구는 제과점의 시장성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 '빵은 여전히 간식'이라는 보수적인 사고 때문. 그런 이유때문인지 이 업계에서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외형적으로는 깔끔해보이지만 1년 내내 문을 열어야 하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가게를 지켜야할 정도로 일이 여간 고되지 않다.

자연히 3D업종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그의 말대로 '일한만큼 답이 나오지 않는 업종'이 바로 제과업이다. 2년전 대구시내 제과점이 960개이던것이 지금은 600개로 준 것만 봐도 업계의 사정을 알 수 있다.

'빵은 간식'보수성 애로점

서울외 지방에서는 유일한 코른베르그 제과점이라는 상호로 다시 도전했다. 끊임없는 노력이 그의 밑천이었다. 최고의 맛과 신선한 빵을 제공한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는 노력했다.

드디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고객도 늘었다. 상가내 여러 제과점이 있었지만 최씨의 가게는 늘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그는 지난 2000년 제과분야 최고의 영예인 '기능장'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는 매주마다 제과 기능장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업계의 정보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십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는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빵을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최씨는 "같은 빵을 3개월만 만들어내도 손님의 발길이 크게 줄 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은 냉정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도 쉬지 않고 제빵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빵 맛 비결에 대해 그는 의외의 답을 냈다. 빵에 있어 손맛은 2차적인 문제라는 것. "양질의 신선한 재료에다 과학적 데이타에 의한 작업 공정의 결과가 바로 비결"이라고 그는 말했다.

제과업은 미리 만들어놓고 파는 일이라 정확한 생산량 예측이 가장 애로점이다. 그날 손님이 얼마나 찾을지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얼마만큼의 빵이 남든지 상관없이 당일 구워낸 빵은 그날 판매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남은 빵은 오래전부터 고아원, 양로원에 모두 가져다 주고 있다. 하루이틀 지나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빵이지만 그는 당일판매를 고집한다. 고객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켠으로는 이들 사회복지시설에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을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당일 빵은 그날만 판매 철칙

요즘처럼 더운 여름철이면 가끔 사고도 생긴다. 수분함량이 많은 케이크 종류 등은 조금만 잘못 보관해도 변질되기 때문. 이럴 때면 그는 손님에 대한 죄송함때문에 견디기 힘든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늘 주의를 기울이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손님의 건강과 그동안 쌓은 신뢰관계에 흠이 가지 않을까 늘 가슴을 졸인다. 최씨는 유럽처럼 제빵, 제과, 케이크 등 가게마다 전문화된 빵 문화가 부럽다고 말했다.

한 가게에서 수백종의 빵을 만들어내는 현재 우리의 구조로는 외국처럼 전통있는 제과점의 명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만해도 40%에 이르는 빵 상식(常食) 비율이 우리의 경우 10%에 불과한 것도 그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국민소득 수준이 지금보다 배는 높아져야 주식 개념이 바뀌지 않겠느냐며 빵이 대접받는 시대가 올때까지 빵 굽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고객으로부터 늘 신뢰를 얻는 맛있는 빵집을 꿈꾸는 기능장 최원도씨. 요즘 문 닫지 않을 만큼 손님이 찾아와 그럭저럭 현상유지하고 있다고 엄살을 떠는 그는 코른베르그를 아껴주는 고객들이 있어 빵 굽는 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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