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치료

입력 2002-08-28 14:05:00

꽃이나 화분을 기르면 얼굴색도 달라진다. 꽃을 바라보기만 해도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꽃은 앞뜰이나 뒷마당에서 키워야만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거실에 화분을 사 들여놓기만 했는데도 몸이 가뿐해지고 근심거리가 사라졌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사실 꽃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질병치료에 이용돼 왔다. 최근엔 이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뒷받침 되고 있다.

원예치료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원예치료법은 꽃이나 나무를 기르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적응력을 향상시켜 심신의 재활과 회복을 돕는 전문적인 대체의학의 일종이다.

즉 녹색식물을 눈으로 보는 것, 좋은 향기를 맡는 것, 식물을 기르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모두가 하나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김홍열 교수(생명자원학부 화훼학 전공)가 원예과학기술지에 발표한 '정신지체아에 대한 원예치료의 적용'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시설(정신지체아 시설 일심재활원)에 입소한 후 웃지 않던 아동이 원예작업 중에는 즐겁게 웃기도 하고, 손놀림이 부자유스러운 아동이 리본을 매는 어려운 작업도 짜증을 내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

김 교수는 원예치료가 음악.미술치료와 다른 점으로 "원예치료는 보고 듣고 만지고 음식도 만들어 먹어 보는 등 오감(五感)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특성이 있다"며 "원예치료가 환자에게 일주일에 몇 번이 좋은 지, 또는 향기가 좋다면 어떤 향기가 좋은 지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과학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병동 원예치료 자원봉사를 맡고 있는 한인자(한림 꽃예술중앙회 회장)씨는 "오전 내내 울먹이던 환자가 비록 제한된 범위의 꽃꽂이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부분적이지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지역에서는 일심재활원, 대구재활센터, 햇빛치매어르신 주간보호센터, 가톨릭여자기술원 등 10여곳에서 치료법으로 원예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치매노인의 우울증 해소와 지체장애인의 재활에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원예치료는 일반적으로 정신적.신체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일반인에게도 '간접적인 원예치료'를 통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물을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건강이 좋아지고 마음까지 편해지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지난 3월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원예치료사 과정이 개설돼 1기생 30여명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16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인턴쉽으로 각 시설과 기관에서 원예치료를 실시 중이다.

대학측은 오는 9월 서울의 한국원예치료협회와 연계된 원예치료연구센터를 개소, 수강생들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 교육내용은 화훼장식 등 이론.실습과 심리학, 정신.재활의학 등을 접목하여 다양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 과정을 수료하면 한국원예치료협회에서 주관하는 원예치료사 2급 자격이 주어진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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