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재혼 새 보금자리 만들기-(중)가족과 사회의 편견

입력 2002-08-26 14:02:00

재혼 가정은 초혼과 달리 설렘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을 갖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거창한 약속보다는 실천을, 자기를 내세우기보다는 상대와 그 가족을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혼 후 상대방의 가족과 극단적으로 멀어져 결혼생활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해 재혼한 양모(37.여)씨는 "재혼한 남편이 친정 식구들을 꺼리고 내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싫어해 연락을 끊다시피 하고 지낸다"고 말한다. 게다가 전처가 낳은 아이들을 조금만 나무라도 시어머니는 도끼눈을 뜬다. 아이들 잘 키우라고 재혼을 허락했는데 왜 걸핏하면 화를 내고 꾸중을 하느냐는 것이다.

"분명히 아이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꾸짖는데도 시어머니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편견은 시댁 식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지나치는 말로 "제 자식이면 저렇게 하지 않을거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도 부담스럽다. 아무리 진심으로 대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조금 서운한 일이 생기면 무조건 차별한다고 믿는 재혼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드물기는 하지만 전처나 전남편의 문제로 재혼한 부부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갈등의 매개는 대체로 자녀. 김모씨는 "처의 전남편이 애를 보러 가끔 옵니다. 우리 아파트에 와서 전화를 하는데 처가 아이와 함께 내려가거나 베란다에서 '애 내려보냈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상대는 '몇 시까지 보내면 돼?' 하고 묻고요". 김씨는 내색은 않지만 유쾌하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이혼을 하고도 친구처럼 반말을 하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별 후 재혼한 경우에는 더욱 난감하다. 손자까지 낳은 마당에 옛 장인이나 장모, 옛 시아버지나 시어머니를 모른 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내와 사별 후 재혼한 고모씨는 옛 장모가 혼자 살고 있어 가끔씩이라도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만 데리고 외출하면 아내가 못마땅해 하는 눈치를 보인다.

그는 그럴 때면 참 난감하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혼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만큼 가족에 대한 견해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통적으로 재혼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게 사실입니다. 가족에 대한 관념이 아직 폐쇄적이기 때문이지요". 유가효 교수(계명대 소비자 정보학과)는 재혼에 대해 당사자나 가족, 친지들은 '전부가 아니면 모두 아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재혼자들도 당사자끼리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소 서운한 생각이 들더라도 인내를 갖고 가족들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유 교수는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에 대해 좀 더 탄력적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재혼자들은 재혼전에 상대방 뿐만 아니라 상대가 처한 사회, 가족적 위치를 충분히 파악해 자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를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유 교수는 또 재혼을 앞둔 사람들은 자기를 둘러싼 가족 분위기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 결정해야 또 다른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도움말:한국여성의전화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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