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겨 생쌀로 끼니, 피부병 창궐 고통 더해

입력 2002-08-16 15:45:00

"온통 물바다를 이뤄 죽지 못해 사는 생지옥입니다".경남 함안군 법수면 6개 마을 주민들은 15일 6일째 침수된 물이 빠지지 않아 '지옥'같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식수 및 의약품 부족과 전기와 통신 두절, 전염병 우려 등으로 겪는 생활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평마을 안용수(57)씨는 "이 곳 주민의 상당수가 식수가 모자라 빗물을 받아 취사하려 하지만 전기가 끊겨 이마저 여의치 않다"며 "가끔씩 전달되는 라면과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또 "많은 주민들이 피부병 등으로 고통을 겪지만 불어난 물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에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보급되는 의약품도 턱없이 모자라 아픔을 참을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내송마을 조현창(50)씨는 "전기가 끊겨 벼를 찧는 가정 정미기를 사용하지 못해 생쌀을 먹어야 할 형편"이라며"전화 통화도 안돼 친인척과의 안부 인사조차 못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평마을 4천500여마리, 내송마을 1천700여마리의 돼지들 가운데 80% 가량이 물에 잠겨 집단 폐사했으나 지금까지 방치돼 있는 상태다.대평마을 안종수(59)씨는 "밤이면 암흑천지로 변해 촛불에 의지한 채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감옥 신세가 된다"면서 "밤에는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로 추위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또 집중호우로 하루아침에 집과 농경지 등 생활터전을 잃은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 주민들도 6일째 황톳물속에잠겨있는 바다같은 마을을 내려다보며 원망스런 눈길로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벌써 10일째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듯 계속되는 비가 지긋지긋하지만 그나마 강우량이 조금 줄어들어 마을을 집어삼킨 수위가 조금 내려갔고 민·관의 구호체계가 자리잡아 겨우 기본적인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이 조그만 위안거리다.

한림면 시산리 시호1구마을에 사는 권오호(49)씨는 "43년전 사라태풍으로 마을이 물에 잠겼지만 2, 3일뒤 물은 빠졌다는 어른들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번 수해는 계속되는 비로 6일째 물조차 빠지지 않아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2천여평 정도에 딸기하우스 9채를 지어 딸기종자를 심어놓았는데 모두 물에 잠겼다"며 "물이 빠지더라도 주위에서 딸기종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내년 농사는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또 축사에서 흘러나온 분뇨와 가축들의 사체가 썩은 물, 주택 보일러 및 농기계 등에서 유출된 기름 등이 뒤섞인 황톳물로 이미 농경지가 오염돼 올해는 물론 앞으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 지가 큰 걱정이다.

오염된 황톳물은 수재민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는데 전염성이 강한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전염병 발병 우려와 함께 피부가 빨갛게 발진하면서 벗겨지는 피부병이 창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상년(66·여)씨는 "수해이후 손과 발 등에서 발병한 피부질환이 이젠 허벅지까지 번져 피부가 다 벗겨졌다"며 "온몸이 가려워 밤새 잠을 못이룰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물이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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