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으로 우리에게 가까워지는가 했더니 서해교전으로 또다시 멀어지는 북한. 그런가하면 최근엔 배급제 폐지 등 새로운 변화의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대구 출신재호주 자유기고가 박병태씨가 최근 평양의 아리랑축전을 관람한 뒤 원산과 금강산 등지를 둘러보고 쓴 여행기를 통해 요즘 북한사회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중국 동북부 선양(沈陽)의 국제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탄 것은 지난 6월 22일 토요일 오후3시였다. 마카오의 북한 고려 국제여행사에서 북한행 비자를 발급받은 뒤 이곳에서 며칠간 묵으며 선양행 비행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홍콩-선양간 중국 북방 민항기가 1주일에 두 번 화.토요일만 뜨기 때문에 토요일행 비행시간에 맞추느라 부득이한 일정이 되고 말았다.
4시간 남짓한 여행 끝에 선양에 도착했으나 평양행 조선 민항기 역시 매일 운항되는 것이 아니어서 며칠을 선양에서 어정거리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막상 선양에서 평양행 조선 민항기를 타고 보니 기내 서비스로 나오는 북한산 용성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노동신문을 잠시 뒤적거리는 사이인 50분 만에 평양의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중국 북방에서 50분 남짓. 비행을 위해 호주에서 마카오.홍콩.선양을 거치는 긴 여정이 되었던 평양은 그리 쉽게 다가오는 곳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긴 베이징(北京)을 거치면 그런 일정이 단축될 수 있었으나 내친김에 선양의 조선족 마을인 '만융툰'에 한 번 들러보겠다는 작심이 이같은 긴 여정을 만들게 했지만 막상 호주로 돌아오고 보니 꽤나 보람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 붐과 함께 '한국바람'으로 시끌벅적한 선양과는 대조적으로 평양은 한적하고 맑은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국제공항 답지않게 국제선 여객기가 드문드문한 순안공항 청사는 한국의 시골 간이역을 연상케 했다. 입국 승객들도 대부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 여권을 손에 쥔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일 뿐 외국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마중 나온 관광총국 안내원의 호의로 입국 수속도 싱겁게 끝났다. 국제공항인데도 입국수속대를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이라든가 공중 전화박스 같은 곳에서 손과 얼굴만 내민 입국 수속 관리원이 컴퓨터 없이 손으로 처리하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여겨졌다.
이날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의 대부분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아리랑 축전'을 참관하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었다.
안내원은 미리 대기한 승용차에 우리들의 가방을 실은 뒤 평양 시가지를 가로질러 대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양각도 호텔로 인도했다. 50층의 양각도 호텔은 아리랑축전 관광객들로 매우 붐볐다. 타이완(臺灣), 중국 등지에서 온 중국사람, 재일교포가 대부분이고 드문드문 동유럽인들도 눈에 띄었다.
짐을 풀자 곧바로 오후 8시부터 아리랑축전 행사장으로 안내되었다. 평양 능라도의 5.1경기장은 공연에 나설 학생.주민 10만여명으로 부산하기만 했다. 경기장 앞 간이 판매대에는 아리랑 축전을 하이라이트로 담은 비디오와 기념품을 파느라 혼잡했다.
15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막바지로 접어든 탓인지 일반석은 상당히 비어있었으나 '반갑습니다' 등 북한가요와 함께 4만여명의 학생이 펼치는 형형색색의 카드섹션, 한복차림의 4천여 여성들이 펼치는 아리랑 군무 등으로 장내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오라 평양으로. 안 보면 평생을 후회하신다'는 구호에 걸맞게 집단체조, 카드섹션은 일사불란한 몸동작과 손 빠른 모양 변화로 관중을 압도했다.
축제가 파한 능라도 5.1경기장 광장은 행사에 참여한 학생과 주민들이 긴 대열을 지어 구호를 외치며 숙소로 뛰어가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광장에 대기 중인 차량은 거의 외국인 관람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참여 학생이나 북한측 관람자들은 모두 걷거나 자전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박병태 〈재호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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