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5)대구의 가능성

입력 2002-07-05 15:54:00

약 7만명 수용가능한 넉넉한 월드컵 경기장과 전시컨벤션센터, 통역·숙박·민박·질서를 책임진 자원봉사자, 외국팀 응원 서포터스,깔끔하게 꾸민 호텔·여관·식당·화장실 등등.

지난달 29일 한국-터키전을 관람한 일본인 여행객 가네다 히로코(29·여)씨는 "대구에서 축구경기만 볼 작정이었지만 각종 편의시설과 시민들의 친절함에 생각을 바꿨다"며 "서울과 제주도 외에 대구란 도시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월드컵을 통해 대구는 국제도시로의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범어네거리, 두류공원 등지에서의 수많은 응원인파들은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축제를 즐겼다.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외국팀 응원단과 어우러졌다. 지역 특유의 '외국인 콤플렉스'나 '배타성'을 상당부분 희석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지역 30개 호텔과 1천39가구의 민박집, 월드인으로 지정된 546개 여관은 환경정비, 통역, 서비스 등 외국인 맞이를 통해국제화 의식과 수준을 크게 높였다. 통역, 버스 및 주차장 안내, 문화관광 등 2천7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초대형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텔레비전과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등을 갖춘 정보기술 체험관, 첨단기술을 접목한 길거리 전광판, 도심 곳곳의 PC방 등은 외국인들에게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여기에다 대구국제공항 청사와 호텔·백화점 등지의 '특산품전시판매장', 재래시장 외국어안내판, 테마·체험관광 상품, 동대구역과 동성로의 관광안내소, 수성구 들안길의 테마거리, 두류공원 '대구프라자' 등은 지역 관광인프라 구축에 한몫했다.

비록 월드컵 경기동안 지역을 찾은 외국인들은 예상보다 적었고, 지역업계는 붉은 티셔츠 수십만장을 납품하는데 그쳐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미미했지만 무형의 '도시브랜드' 제고는 국제도시로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연인원 420억명(FIFA 집계)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대구시민들이 보여준 약 100만명의 길거리 응원전과 광장문화,성숙한 질서의식은 엄청난 도시 이미지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이젠 '포스트 월드컵'이다. 공항, 호텔, 전시컨벤션센터, 도로망 등 각종 인프라와 바꿔진 도시환경, 수준높은 시민의식과 더불어 월드컵을통해 끌어올린 도시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경제적 위상을 높여야 할 때이다.

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개발실장은 "월드컵을 통해 대구가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제부터 갖춰진 기반을활용해 열매를 따낼 때이다"고 말했다.

월드컵 이후 대구월드컵경기장 등 시설활용 방안을 찾고 각종 국제행사, 스포츠경기, 전시회 등을 적극 유치하는 게 남은 과제라고 이 실장은 지적했다.

내년 U대회와 국제섬유박람회, 국제광학전 등에 대비해 지원기반을 더욱 다듬고, 지역 공동브랜드 '쉬메릭'의 세계적 브랜드화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민-관이 손을 잡고 해외시장 개척활동도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런 면에서 대구시가 최근 마련한 'POST월드컵-지역경제활성화 계획'과 오는 9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대구경제활성화를 위한 포스트월드컵 대책 좌담회'가 주목된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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