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성과는 축구에 있어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동시에 국내 지도자들이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 일이었다.
특히 17개월간 진행된 치밀하고 과학적인 '팀 만들기(Team Building)' 작업은 이번 대회에서 일궈낸 엄청난 성과의 과학적 기초작업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과학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국내 지도자들에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팀 만들기 작업은 크게 선수선발과 전술개발을 병행한 1차 준비단계와 체력·전술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최종 준비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취임 후 1년 이상 계속된 1차 준비에서 히딩크 감독은 국내 축구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테스트해 볼 가치가 있는 모든 선수를 대표팀에 불러들여 하나하나 실력을 검증했다.
동시에 한국팀에 맞는 전술을 찾기 위해 유럽축구의 주류인 포백에 근거한 4-4-2와 한국선수들에게 익숙한 스리백을 기반으로 한 3-5-2, 3-4-3 등 다양한 시스템을 두루 테스트했다.
이와 함께 전술적 다양성을 꾀하고 부상 등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선수들에게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Multifuntion)을 갖춘 플레이어가 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올해 초 골드컵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최종 준비에서는 본선 개막에 맞춰 선수들의 체력을 극대화하고 미완의 전술을 다지는 훈련이 병행됐다. 히딩크 감독이 중점을 둔 것은 실전과 다름없는 환경을 체력훈련 프로그램에 응용, 선수들의 순발력과 지구력을 높인 '파워프로그램'.
그는 레이몬드 베르하이엔 체력 전담 트레이너를 불러들였고 강팀들과의 평가전을 포함한 9차례의 트레이닝과 6차례의 체력 테스트를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자신이 목표로 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운동생리학에 대한 지식과 함께 축구선수에게 요구되는 순발력과 지구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히딩크는 90분 간 쉴 새 없이 뛸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스피드 넘치는 플레이를 만들어 냈다.
물론 국내 축구계에서도 물리력을 앞세워 투지만을 강조하던 주먹구구식 지도방식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선진 지도기법이 유소년 클럽 등을 통해 속속 한국축구에 접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 지도자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는 와중에서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강팀을 만들어내는 히딩크의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팀 운영은 축구강국을 꿈꾸는 한국의 지도자들에게 충실한 교과서 임에 분명하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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