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이만섭 국회의장

입력 2002-05-30 00:00:00

"국회는 여야가 아닌 국민의 국회다. 여야는 말만 하면 정쟁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것은 정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만섭 국회의장이 16대 국회의 전반기 임기 마지막날인 29일 국회의장직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는 여야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년간 대과없이 의장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국회의원들의 지지와 격려 때문"이라면서도 "무거운 마음으로 의장직을 떠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30일부터 국회의장은 물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없어 회의를 열 수 없는 '식물국회'가 불가피해진다.

이 의장은 이날 국회법 정신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자유투표로 국회의장을 선출할 것을 거듭 제안했다. 그는 "국회는 여야가 아니라 국민의 국회이므로 국회의장은 국회법정신에 따라 자유투표에 따라 선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8선의 이 의장은 지난 15대 국회 후반기에 이어 지난 2년간 두번째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우리 국회의 고질적 관행이었던 '날치기 처리'를 않는 관행을 확립했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국회법에 명문화하는 성과를 올렸다.

-왜 국회의장의 자유투표제를 제안했는지.

▲관례대로 여당이 맡아야 한다거나 제1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의원들의 완전한 자유투표로 새 의장을 선출한다면 법정기일 내에 원만하게 원구성을 마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자유투표제는 사실상 이 의장이 연임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는데.

▲계속 국회를 맡아달라고 추대하면 계속하겠다는 뜻은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을 비웠다. 원구성에 도움을 주기위해서 깨끗이 물러난다.

-원구성 지연은 어느 당 때문인가.

▲제1당인 한나라당은 국회법 정신을 어기고 자유투표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잘못이고 민주당이 별다른 묘책도 없으면서 자꾸 시간을 끄는 것도 잘못이다. 자유투표제로 뽑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16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국회의장이 소신있게 국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적을 이탈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과거 신익희 의장 때부터 의장의 무당적을 추진하다가 못했는데 이번에야 국회법에 의장의 당적 이탈을 명문화할 수 있었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당적을 갖지 않은 국회의장으로서 국회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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