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2-05-23 14:15:00

"예술작품은 도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예술가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그로 하여금 파멸에 이끄는 길이다".괴테의 말은 대중문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중은 지나치게 교훈적인 스타에게는 답답함을 느낀다. 유리알처럼 투명한스타에게는 호기심을 가지지 못한다.

일상과는 다른 스타를 통해서 느끼고 싶은 대리만족이 있다. 그래서일까. 숱한 스캔들에도 나훈아는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는다. 김지미의 잦은 이혼은 그녀를 신비롭게 만드는 데 일조 했다. 이미연은 이혼 뒤 더 스타가 되었다.곧 연예계를 떠날 것 같던 이태란은 지금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스타들의 추태는 단순한 예술가의 보헤미안 기질로 받아들이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 사회적 반칙정도로인정하기는 무리다. 스타 이경영을 둘러 싼 미성년 성매매 논란, 모 여자 스타의 고위층 윤락행위, 한강 둔치에서 일어난 어느 중견 여자 탤런트의 카 섹스 추문, 마약 복용….

"얼굴에 분칠하는 인간은 남녀를 불문하고 믿지 않는다". 여의도 방송가에서는 스타를 이렇게 몰아 붙이기도 한다. 특히 PD나 매니저는 인격체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막말한다. 데뷔 초기에 신인은 연예가에 얼쩡거리는 모든 사람을 '선생님', '감독님'이라 칭한다.하지만 뜨기 시작하면 호칭도 달라진다. '님'자를 떼거나 '미스터 누구'식으로 부른다. 스스로를 귀족으로 여겨 주변의 웬만한 호의에는 감사하지 않는다.

통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민등록증을 제출하라는 은행원에게 항의하는 일은 다반사다. 공항에서 귀빈실을 이용하는 것이나 특별한 통로로 에스코트받는 것은 당연하다. 얻어먹는데 익숙하고 돈을 쓰는 데 인색하다.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10대 스타가 등장하면서 더욱 그렇다. 후배 개그우먼 이성미의 시어머니 장례식에도 밤을 새울 만큼 의리 있는 이용식은 돈을 쓰는 경우가 흔치않다. 국민배우라는 최불암의 경제품격은 이미지와 정반대다.

SM기획은 스타 지망생을 뽑을 때 편모 편부 슬하의 불우한 환경출신이 1순위다. 헝그리 정신을 지녀야만 스타가 되기까지의 트레이닝 과정3년을 견딜 수 있다고 믿어서다. 스타가 된 뒤 자중자애하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보아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스타의 부나 명예는 그들보다 훨씬 가난한 대중이 만들어 준거다. 대중에게 웃음을 주지 못하는 스타는 부와 명예를잃어야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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