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수집한 사진기, 영사기, 비디오카메라가 1천점이 넘어요. 뜻있는 단체나 기관이 나서서 박물관만 건립해준다면 기꺼이 무상기증할 겁니다".대구 유일의 '민간영상박물관(옛 대구극장 맞은편)'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환(63) (사)한국비디오작가협회 회장.
지난 99년 문을 연 박물관엔 40년 가까이 미친듯이 모아온 사진.영상관련 소장품들이 빼곡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소장품들은 일본 '빅터 전시관'에서 촬영을 위해 찾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것들.
막 공장에서 출고된 듯 깨끗이 손질된 1937년도 '라이카 카메라'세트, 달나라에 내디딘 인간의 첫 발자국을 찍었다는 '금장카메라', 그 외 수 많은 '생산년도 추정 불가'의 사진기들은 금방이라도 플래시를 터뜨릴 듯하다. "촬촬촬…" 돌아가는 15분짜리 필름 영사기는 환하게 웃고 있는 앳된 엘비스 프레슬리를 스크린에 비춘다.
김씨가 소형영화, 비디오카메라와 맺은 인연의 내력이 희한하다. 젊은 시절부터 사진기에 푹 빠져 있던 그가 40세 무렵까지 가졌던 또 하나의 직업은 '아마추어 복싱 심판'.
당시만해도 복싱경기에선 심판판정에 불복이 많았지만 판정시비를 가릴만한 마땅한 기술이 없었다. '영화필름으로 경기장면을 찍어둔다면 판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180만원을 들여 구입한 것이 '캐논8mm 1014SLX' 소형 영화 카메라.
매고 다니기만 해도 구경거리가 됐던 이 카메라로 70년대 대구 역전풍경, 앞산공원의 옛 모습, 전국체육대회 권투경기 등을 담았다.
"78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배 권투시합에 갔다가 우연히 청계천 세운상가에 들러 비디오를 처음 보고, 뒤통수를 '탁'얻어 맞은 것 같았어요". 당시만해도 영화 카메라 필름 현상을 위해선 3분짜리 릴 테잎들을 일본 '코닥 동양현상소'로 보내 1주일이나 기다려야 했던 시절.
찍자마자 바로 출력되는 비디오는 '문화충격' 자체였다. 바로 470만원짜리 SONY 1100 카메라, SONY X-1 녹화기,TV를 사들였다. 부대작업이 많이 필요했던 소형영화 카메라에 비해 비전문가라도 촬영하기 쉽고, 생활 속의 예술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확신이 들었단다.
그가 (사)한국비디오작가협회를 결성한 계기도 흥미롭다. 결혼예식 비디오 촬영이 점차 보편화되던 80년대 중반. 예식장에서 개인의 비디오 촬영이 음반법 위반으로 금지되고, 예식장이 비디오 기사들에게 1인당 1만원의 '시설배경료'를 요구하자 87년 동호인들이협회를 결성했던 것.
지금은 사단법인의 골격에다 문화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되는 '전국 비디오 촬영대회(오는 21일 제9회 대회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개최예정이다)' '대한비디오공모대전'등 굵직한 행사도 주관하고 있다.
"IMF때 재정난으로 박물관을 한층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어요. 이 많은 수집품을 시민들이 직접 만져보고, 사진이나 영화를 찍어볼 수 있는 '영상박물관'을 세우는게 제 평생의 꿈입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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