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미군도 '낙서 참여'(?)

입력 2002-05-07 15:08:00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을 살다간 흔적을 남기려는 욕망이 있는가 보다. 문자 발명 이전의 동굴벽화나 나무에 새긴 그림 등은 이런 인간 욕구의 표출이다. 이 기록으로 해서 원시(原始)인간들의 생활습속을 그려볼 수 있고 행동발전과정 등을 판단하기도 한다.

흔적을 남긴 동기는 우두머리(제사장.촌장)의 명령에 따른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심심파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요샛말로 치면 낙서(落書)가 아닌가 싶다. 문자이전은 인간의 순수한 심사(心思)의 표현이되 지금의 낙서는 조직이나 개인의 엉뚱한 흔적이 많다.

▲지금 서울근교의 산들이 미군(美軍) 낙서로 훼손이 심각하다는 딱한 소식이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걸 보면 수락.청계.소요.천보산 등 서울 부근의 4개 산의 경관이 미군들의 무분별한 낙서로 인해 얼룩져가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자신들의 국토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하는 물음도 던지고 싶다.

미군들의 부대마크랄지 영문자를 특수페인트로 바위에 그려 놓고 시간이 가면 새롭게 덧칠까지 한다면 이건 아무래도 정부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다. 미군 병사들이 전.출입기념을 이런 식으로 할일이 무엇인가. 낙서전통이 없는 미군이 우리의 낙서대열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의외다. 일부러 그런 것인가. 못된 것부터 배운 것인가.

▲미군부대 관계자가 페인트칠을 지우겠다고 약속해놓고도 감감소식인 이유가 무엇인지 매섭게 추궁해 원상복구를 반드시 하도록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주한미군측에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을 실시하도록 엄중한 촉구도 필요하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우리나라 안보와도 관련있지만 미국의 국익확보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모나지 않는 행동이라야 동맹국민들이 수긍한다. 주둔국가의 산을 낙서로 훼손한대서야 어떤 이유를 대도 우리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서울 부근만 아닐 성싶다. 대구.경북.경남.부산 등 여러곳에 미군부대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해 드러나면 해결책 등을 모색할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환경단체에 전적으로 내맡길 일이 아니다.

제것을 제가 사랑해야 남도 관심을 가진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생각을 떠올릴 때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국인에 의한 국토유린이 얼마나 많았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36년간의 문화재 강탈, 국토재단(裁斷) 등으로 멍든 나라다. 미국도 대한민국 국민의 심정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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