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예정됐던 남북경협회담을 북측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거부, 우리측을 '갖고 노는' 꼴이 돼 버렸다. 북측이 지난해 10월의 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깨버린 기억이 있는 우리로서는 외교적 관례까지 무시한 북한의 고의적인 약속파기에 분통이 터진다.
동시에 우리가 대북관계에서 얼마나 저자세로 처신했으면 이런 꼴을 당하나 하는 생각과, 다소 거칠긴 하지만 외교적 테크닉의 면에서는 북측이 한수 위가 아니냐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심성(心性)이 거친 상대를 다루자면 그 상대의 심리상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고위관료들은 그 점에서 '프로'가 아닌 것 같다.
말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북한에게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 홍순영 전 통일부장관에 이어 최성홍 현 외교통상부장관까지 세사람이 3년을 연달아 말꼬투리가 잡힌 것이다.
차제에 우리 정부의 인사권까지 쥐고 흔들려는 북한의 이 상습적인 짓거리에 어떻게 대응해야 옳을지 당국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기엔 당장 경협문제, 식량·비료, 대미(對美)관계 등에서 북한이 더 답답할 것 같은데 전개되는 상황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오히려 이산가족상봉, 경의선 연결, 남한기업의 북한진출 등의 문제에서 너희가 더 애달지 않느냐는 식으로 '곧 죽어도 큰소리'치고 있고 여기에 우리측은 별반 대응책이 없는 것이다.
사실 "때로는 강공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오게 하는데에 효과가 있다"는 최 장관의 미국발언은 잘못된 게 없다. 이달로 예정된 프리처드 대북(對北)대사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남북 대화주도·속도조절의 빌미를 '최 장관 발언'에서 찾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승부는 아무래도 인내력의 싸움 같다.
저쪽은 배고픔까지 참을 수 있다는 장기전(長期戰)의 인내력이고 , 이쪽은 5년정권 업적위주의 한시적 인내력이다. 남북대화가 더 급한 쪽은 북한인데도 늘상 끌려다니는 이유이다. 이 '정권적 발상'을 뛰어넘을 때 우리는 더 이상 호락호락한 모습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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