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한민족의 삶과 정체성

입력 2002-04-30 14:14:00

지난 28일(일요일) K1 TV와 MBC TV는 '취재파일 4321'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탐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민족의 역사와 삶, 정체성을 고민하게 했다.

먼저 '취재파일 4321'은 한국에서 불법 체류 중인 중국 조선족들의 '이유 있는' 단식투쟁기 전말을 통해 그들이 이 시점의한국인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일단의 중국 조선족들이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는장면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그들은 불법체류 조선족들이 자진신고하면 1년까지는 한국땅에 머물 수 있다는 당국의 최근 조치에 대해 '돌아가면 망한다'는 현실을 들어 단식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국은 더 이상 남의 나라가 아니라 모국이라는 논리였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조선족을 조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낸 것도 배경논리로 짚었다.

20만명에 이르는 조선족불법 체류자 문제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현대사에서 타민족-타국에 의해 왜곡된 한민족 문제를 드러내는 산 증인이라는점은 부인할 수 없다.

MBC TV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망각의 전쟁-황해도 신천사건'은 열전으로 치달은 냉전의 민족파괴성을 그대로 담았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에 이은 신속한 북한 진격이 이뤄지던 1950년 10월, 풍요로웠던 황해도 신천 일원에서 자행된 '35,383명의 집단학살'을 화면에 올리고 왜, 누가 이 끔찍한 동족학살을 자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전쟁의 포연이 멎은지 50년이 지났건만 화면 속에서 이 문제만은 냉전 논리에서 단 한 발짝도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줬다. 북한군이 먼저 학살을 자행했고 이어 치안대가 보복 학살을 했으며 다시북한군이 2차 학살을 저질렀다는 '학살의 과정'을 카메라는 자세히 전했다. '미국 배후설'도 떠올렸다.

문제는 그 학살을 우리민족 그 누구도 원치 않았다는 점이다. 범인이 있다면 그것은 '이념'일 것이며 이념전쟁을 부추긴 세력일 것이다. 그 실체도 없는 이념은 3만명이 훨씬 넘는황해도 신천의 한민족 생명을 어둠 속으로 끌어가고 만 것이다.

조선족 문제의 뿌리를 제공한 것은 분명 일본이다. 한민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분단과 이념전쟁의 틀은 일본이 만들었다. 조선족 문제, 황해도 신천학살은 일본이 우리민족에게 저지른 범죄 행위가 맺은 열매의 일부일 뿐이다.

일본을 다시 알아야 한다. '취재파일 4321'과 '망각의 전쟁-황해도 신천사건'은 화면 저편에 숨어 한민족에게 언제까지 족쇄를 채우려는 일본을다루지 않았다. 결과만 있고 원인은 없는 화면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미디어모니터회 여은경 eunkyung0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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