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사들 '흙장난 자료전'

입력 2002-04-22 14:30:00

아이들이 찰흙을 갖고 논다면 어떤 점이 좋을까.찰흙만큼 정서장애아들에게 심리적 이완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미술재료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끈미끈한 촉감을 즐기면서 마구 주무를 수 있고, 그것으로 모자라면 때리고 던지고 쥐어 뜯을 수 있는 것이 찰흙만의 강점이다. 그림과 달리 성공이나 실패도 없고, 언제나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재료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찰흙으로 작품을 만들 때도 그러할까.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부분에서 아이들의 심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미술을 통해 정서장애아를 치유하는 미술치료사 전미순(동광정서장애어린이집)씨는 "1년 가까이 찰흙과 씨름하면서 자신의 욕구, 가족과 나의 관계, 대인관계 등 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 미술치료사 5명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찰흙작품으로 이색 전시회를 열어 관심을 끈다. 서동희 전미순 최현진 장성희 김두경씨 등 30,40대 여성 미술치료사로 구성된 연구모임 '흙장난'은 27일까지 가원어린이청각센터문화공간(대구시 중구 수동.053-257-2270)에서 '흙장난 자료전'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4,5시간 동안 찰흙을 주무르면서 심리치료에 유용한 재료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서동희(가원어린이청각센터 이사장)씨는 "국내에서는 자주 활용되지 않는 찰흙에 대해 직접 체험하면서 이론적 토대를 쌓으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미술치료사로서 아이들과 만날 때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소중한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자신의 이미지, 과거.현재.미래, 신체, 집, 선물, 갈등, 가면만들기 등의 주제를 정해 한편으로는 교사의 입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입장으로 돌아가 찰흙을 통한 심리적 효과를 맛봤다. 이들은 한 사람당 6점의 작품을 내놓았고, 60여쪽 분량의 연구자료집도 펴냈다.

무엇보다 이 전시회의 감상 포인트는 이들의 작품 자체보다는 작업 과정에서 얻은 유형, 무형의 심리적 경험이 아닐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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