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 대구-(下)녹지총량제 도입하자

입력 2002-04-20 14:34:00

대구의 회색도시화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대명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같은 명제와 거꾸로 흘러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도심에 대형 공간만 생기면 대구시는 현행 법규정상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초고층 아파트, 대형할인점 건립을 마구잡이로 승인해주고 있다. 행정 운영의 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미래는커녕 당장 5년, 10년뒤를 내다보는 안목도 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도심의 녹지공간 부족으로 인해 도시가 자정능력을 상실, 여름 열섬.이상고온현상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도심 녹지공간을 일정수준 이상 확보하기 위해서는 녹지총량제의 도입이 절실하고 이를 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녹지총량제란 식물생태 현황과 녹지공간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 도시공간의 녹지 중심축을 선정한뒤 인구와 각종 개발시설이 증가하더라도 시민들이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녹지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팔공산, 앞산 등 시 외곽지역의 자연녹지 부분을 제외한 대구 도심의 녹지총량이 파악돼야만 과도한 개발을 억제하는 개발기본계획이 세워질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 엄붕훈 교수(조경학)는 "대구시가 팔공산, 달성군 지역 등 외곽의 자연녹지 부분을 포함한 수치로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 시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도심에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시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건축법, 환경영향평가 심의기준 등을 보다 강화, 어쩌다 생기는 도심 유휴지에 더 이상의 대형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심의 학교나 공장이 이전한 부지를 대구시가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기 어렵다면 이전 자체를 당분간 보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원 대신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아파트단지보다는 학교가 남아 있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또 사유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어렵다면 도심속 시유지 또는 일부 행정기관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남는 자리에 소규모 공원을 늘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0년동안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김재인(56.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10년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목이 따갑고 가래가 많이 끓는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급대수가 늘어나면서 겪는 증상이다.

자동차가 늘어나더라도 도심에 녹지가 많으면 자정능력이 높아 상대적으로 매연의 피해를 덜 수 있다. 그러나 대구는 그렇지 못하다.

대구 환경기술개발센터 최성우 교수가 지난 99년 대구시내 공업지역(노원동), 교통지역(대신동), 주거지역(지산동)의 TSP(총부유분진)와 PM-10(미세분진) 평균농도를 측정한 결과 여름철 경우 공업지역의 농도가 주거지역에 비해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온도도 마찬가지다. 올 3월호 일본기상학회지에 따르면 녹지대의 여름철 대기온도보다 도심의 대기온도가 무려 3~9℃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명대 지구환경과 김해동 교수는 "녹지속의 나무는 대기중에 특수한 살균물질을 내뿜어 대기를 정화시키며 여름철 대기온도를 5℃쯤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배광식 환경녹지국장은 "선진국 경우 개발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오면 계획자체가 취소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우리도 개발위주의 정책보다 환경 등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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