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접근-멀미

입력 2002-04-16 14:06:00

멀미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차나 배안에서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심해 즐거운 여행길을 망쳐버린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지럽고 피곤해지며 하품이 잦아지고, 침분비가 증가한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 땀이 흐르며,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또 속이 메스껍고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기운이 쭉 빠지며 기분이 매우 나빠진다.

◇ 멀미는 왜 생길까?

인체는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세가지 감각을 사용한다. 귀의 전정기관에서 담당하는 균형 감각, 눈을 이용한 시각, 발바닥이나 다리관절 근육 인대 등에서 느끼는 체성감각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 감각이 충돌을 일으키면 멀미가 생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일정한 유형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이 때 경험하는 세가지 감각의 틀을 머리 속에 저장하게 된다. 어느 순간 이러한 틀에 맞지 않는 움직임을 경험하거나 관찰하면 멀미가 생긴다.

예컨대 기차를 타고 뒤로 향해 앉아 여행을 하면 앞으로 향해 가는 틀과 다른 자극이 가해져 멀미를 잘하게 되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착륙하거나 난기류로 흔들릴 때 내이가 자극을 받는다. 그런데 비행기안의 좌석은 대부분 밖을 내다볼 수 없고 실내만 보이는 흔들림이 없는 고정된 세상이다. 이런 상황은 시각과 전정감각 사이의 충돌을 일으킨다.

만약 비행기 밖을 충분히 내다 볼 수 있다면 시각과 전정감각의 충돌이 적어져 멀미를 잘하지 않게 된다. 흔들림 자체가 멀미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 어지러움과 구토는 왜 생기나?

멀미를 하면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아 참기 힘들다. 왜 그럴까. 중추신경계의 뇌간에는 구토 중추가 있다. 이곳은 신체 여러 곳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구토작용을 일으키도록 명령을 내린다.

뇌간의 구토 중추는 상한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위장관에 들어왔을 때 즉시 구토를 일으켜 인체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또 혈액 속으로 독성 물질이 들어오거나, 전해질 무기질 등의 농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구토중추가 자극돼 구토가 유발된다.

또 간이나 콩팥이 나쁜 경우 구토증상이 잘 나타나는데 이는 몸의 이상을 외부로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내이의 전정기관은 일상 생활에서 구토 중추를 가장 많이 자극하는 기관이다. 전정기관은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농아들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멀미를 거의 하지 않지만, 맹인들은 상당수가 멀미를 하게 된다. 이것은 내이의 전정기관이 멀미 발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 멀미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멀미는 2세 이후에 차차 증가하다 10~12세 어린이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멀미를 더 잘하며 2세 이전이나 50세 이후에는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다.

멀미는 개인에 따라 감수성의 차이가 매우 크다. 멀미를 잘 하는 사람은 놀이기구 타는 것을 싫어하지만, 멀미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은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스릴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은 다 괜찮은데 유독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흔들림만으로도 멀미를 하는데 대부분 편두통 환자들이다.

편두통을 가진 어린이의 45%에서 멀미를 심하게 하는 반면, 편두통이 없는 어린이는 5~7%만 멀미를 경험한다. 편두통 환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이 멀미로 고생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움직임 자극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전정기관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멀미가 심한 어린이는 편두통이 아닌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편두통을 치료하면 멀미 증상 또한 좋아질 수 있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오희종(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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