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외국인 추종매매 "심하다"

입력 2002-04-13 15:24:00

한국증시 만큼 외국인 추종 매매가 성행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내린다는 관념은 일반투자자는 물론 전문투자자들의 뇌리에도 깊게 각인돼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늘 옳을까. 국내증시 최대의 파워집단으로 분류되는 외국인투자가에 대해 수치로 접근해보자.

증권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국내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은 1만3천191명이다. 기관이 8천321곳이고 개인도 4천870명이나 된다. 출신국 별로는 미국이 5천65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1천143명), 일본(1천81명), 캐나다(632명), 말레이시아(515명) 등 순이다.

이들 외국인투자자들은 3월말 현재 국내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의 35.4%를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19조2천258억원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의 11.0%(7조8천788억원)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 비중을 볼 때 외국인은 강력한 매매주체이며, 국내 증시를 주도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외국인과 맞서 이길 수 있는 상황 또한 아니다.

그러나 위 수치에서 보듯 외국인이라고 해서 단일한 한 개의 몸통은 절대 아니다. 이들이 동시에 같은 형태의 매매 패턴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외국인들은 늘 옳다'는 식의 맹신적 사고가 팽배해져 이들에 대한 추종 매매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펀드 역시 철저히 시세 차익을 노린 자금일 뿐인데도 마치 이들이 한국증시를 부양하는 구원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역시 문제다.

기관투자가로 지정된 외국인의 경우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이같은 점을 이용해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주식을 사들인 뒤 국내 증권사 창구에서 팔아 치우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기는 사례도 없지 않다.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시세 조종도 있다는 것이 증권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 내국인이 외국계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매집, 마치 외국인 투자가들이 유입된 것처럼 속이는 것은 고전적 수법으로 통한다. 일부 외국계 단기 헤지 펀드의 경우 한국인들이 조성한 것이라는 소문도 없지 않다.

한국인의 외국인 뇌동매매 성향을 이용해 외국계펀드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외국인들의 주식 불공정 행위가 사회문제화된 적은 한번도 없다.

안티뷰닷컴 대표이사 정동희씨는 "개별종목의 시세조종에 대해서는 엄격하면서도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의 조직적인 시세조종에는 관대하다"며 국내 증권가의 풍토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1월.12월.1월물 등 3개월간의 선물거래내역을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의 승률은 72%대에 달하고 있다. 결국 국내 선물 투자자들이 그만큼 손실을 입고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에 대한 뇌동 매매가 성행할수록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차익을 내기가 쉬워진다. 결국 이들이 수익을 많이 낼 수록 국내 증시는 국부 유출의 창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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