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물러간 지난 11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불광사. 한낮의 따사로움이 가득한 이 사찰에서는'변화를 위한' 망치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망치소리는 이 사찰내 시설 곳곳에 변화를 주기 위한 것. 높은 것을 낮추고 모든 시설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이 사찰은 '장애인들도 찾아올 수 있는 절을 만들자'라는 목표 아래 종교시설로는 이례적으로 '문턱 낮추기'공사를 시작했다. 장애인단체에 따르면 이같은 공사는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
"지난해 영천 은해사에서 장애인 문화탐방 행사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3천여명이 이 날 행사에 참가했죠. 저를깜짝 놀라게 한 것은 한 장애인이었습니다.
불과 100m 남짓한 거리를 2시간에 걸쳐 기어올라가는 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아, 이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 사찰 주지 돈관 스님은 종교시설조차 우리 사회의 '약자'를 외면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사찰은 법당으로 통하는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법당에 접근할 수 있는것은 물론, 불편없이 예불을 드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휠체어를 타거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도 바꾸기로 했다.또 장애인 신도들을 위한 독립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장애인 불자회를 따로 조직하고 이들을 위한 사무실을 사찰 내부에 설치하도록 한 것.신도들도 환영하고 나섰다. 모두들 공사를 돕겠다고 '야단'이다.
"종교인들도 우리 사회의 '소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랑과 자비를 내건 종교시설이 스스로 드러내왔던 모순이죠. 솔직히 고백하면 장애인 신도들이 스님 만나기도 어려워요. 절까지 올라올 수 없으니 못만나고, 올라온다고해도 만나주는 스님이 적어서 그렇고요".
주지 스님은 "종교기관부터 바뀌어야 겠다"는 다짐으로 편의시설 설치공사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가 지난 해 대구시내 종교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일제조사를 한 결과, 절대 다수가 편의시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통 계단뿐인 시설로 인해 종교시설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게다가 사찰의 경우, 문화재로 분류된 곳이 많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아예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해 여전히 냉대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종교시설 뿐"이라며 "종교시설부터 '문턱'을 낮춰야한다"고 말했다.
이 사찰은 외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는 차량봉사대를 모집, 직접 '모셔오는'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한시적 장애인이라 할 수 있는 노인.임산부 등에게도 똑같은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
"일본 유학시절 사천왕사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사찰이었습니다.장애인의 달이라고 법석을 떨 것이 아니라 우리도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주지 스님은 종교인들이 앞장서지 않으면 변화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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