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축제 앞둔 기장 대변항

입력 2002-04-12 14:00:00

입안에서 살살 녹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멸치회, 쫄깃하고 오돌한 맛으로 전국 최고로 알려진 기장미역, 짚불에 구워낸 곰장어, 바닷가 수상법당을 연상시키는 해동 용궁사, 영화 '친구' 촬영지로 유명해진 해안드라이브 코스. 대구에서 멀지 않는 곳인 부산 기장군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먹거리와 볼거리들이다.

기장군 여행의 중심은 멸치축제(5월16~19일)가 열리는 현장인 대변항. 대구에서 대변항으로 가는 길은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해운대에서 기장 대변항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30분 거리다.

남해에서 동해로 바뀌는 이 길은 짚불장어, 멸치회, 붕장어로 이어지는 '맛있는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그런 만큼 주말이나 휴일엔 얼마간의 교통정체는 각오해야 한다. 대변항은 부산 해운대에서 멀지 않지만 해안을 따라 바다를 끼고 쉬엄쉬엄 가는 것이 제맛이다.

일단 해운대서 기장방면으로 차머리를 잡았다가 바로 우회전해서 달맞이길로 접어든다. 혼잡한 도로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해안을 두르고 있는 호젓한 순환도로와 만난다. 달맞이길. 군데군데 손깍지를 낀 연인들이 바다를 보고있을 만큼 환상적이다.

이곳은 바다의 풍광만큼이나 길가에 늘어선 찻집들의 분위기도 독특하다. 지중해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데서 차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또다른 낭만이다. 아트센터, 화랑, 포토갤러리 등 문화시설이 많은 것도 특징. 운좋으면 대한팔경의 하나인 해월정에서 저녁달을 볼 수도 있다.

해운대에서 달맞이고개를 넘으면 송정이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기장으로 향하는 새로 뚫린 도로이고 우회전해서 바다를 끼고 가면 대변항으로 가는 길이다. 송정에서 멸치로 유명한 대변항까지는 10분거리.

대변항에 들어서면 옛 자갈치시장을 연상케한다. 대변초등학교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40여개 횟집이 늘어서 있고 맞은편엔 즉석에서 학꽁치회, 젓갈, 미역 등을 파는 난전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한결같이 멸치회 전문을 내세우고 있어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변항은 전국 유자망 멸치 어획고의 6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산지. 손가락 굵기의 봄멸치는 살이 연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조선시대엔 임금님께 진상했던 특산품이기도 했다. 뼈를 추리고 무, 미나리, 배 등을 채 썰어 갖은 양념으로 무쳐낸 회 한입이면 온몸으로 상큼함이 퍼진다. 당연히 봄이면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한 접시에 2만원.

매년 수온에 따라 달라지지만 올해는 3월초부터 봄멸치잡이가 시작됐다. 멸치잡이는 6월초까지 이어진다. "아침이나 저녁나절 배가 들어오는 물때를 잘 맞춰 오면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내는 풍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 최영철 사무국장이 일러주는 색다른 볼거리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멸치축제에는 관광객이 어부가 되어 그물에서 멸치를 털고 그 멸치를 가져가는 '멸치털기' 등의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했다고 최 국장은 귀띔한다.

대변항 가기 전의 해동 용궁사는 바닷가에 위치한 절이다. 대개의 사찰이 산중에 자리잡은 것과 달리 용궁사는 이름 그대로 동해 파도가 부서지는 절벽위에 있다. 산을 오르지 않고 주차장에서 아래로 108계단을 내려가서야 사찰을 만나는 것도 특이하다. '불이문'이라 이름 붙여진 다리 위에 서면 발 밑에서 철썩대는 바닷물에 넋을 잃는다.

나른해지기 쉬운 봄. 대변항에 가면 그 나른함조차도 잊어버린다. 가슴 탁 트이는 바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색다른 풍경과 먹을거리가 반기는 해안에서 원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멸치축제 슬로건처럼 입안 가득, 두 손 가득 행복을 담아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멸치축제추진위원회(051-720-5638∼9). 기장군 문화관광과(051-720-5081~2).

굴.사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가는 길

△자가운전=경부고속도로 구서IC에서 해운대방향 표지판을 따라 도시고속국도로 갈아타고 원동IC에서 내리면 해운대가 가깝다. 달맞이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송정. 송정역을 지나 삼거리서 우회전하면 용궁사로 가는 해안도로를 만난다. 용궁사에서 대변항까지는 지척.

△대중교통=대구에서 부산역까지 기차 이용. 부산역에서 기장역까지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새벽5시35분부터 밤10시까지 수시로 있다. 부산역 앞에서 239번 시내버스가 기장까지 운행한다. 대변항 횟집지역을 지나면 좁은 해안도로가 나온다. 조금 가면 영화 '친구' 촬영지. 월전에서 기장으로 빠져나와 울산을 통해 대구로 향하면 악명높은 부산의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

▒특산음식

대변항 횟집밀집지역에서 멸치회와 곁들여 먹는 멸치찌개도 일품이다. 한 그릇에 1만원. 기장멸치로 담은 액젓과 육젓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기장갯가식품(051-722-5202~3) 등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액젓이나 육젓은 김장이나 보쌈양념으로 그만. 1.8ℓ(한되)에 5천원. 기장해안의 또다른 별미는 짚불곰장어 구이. 송정에서 용궁사 가기전 도로 양편으로 곰장어 식당이 늘어서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