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의 입시상담실-컴퓨터에만 열중하는데

입력 2002-04-12 14:08:00

고2 어머니입니다. 아이가 부모와는 거의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고 시간이 있으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무엇을 좋아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 그것이 빚어낸 가상세계로 현실을 대체해 버리고 스스로 그 안에 갇히는 사람들을 일본어에서는 '오타쿠'라고 합니다. 그들은 구체적인 삶의 현실은 뒤로 한 채 만화, 비디오게임, 아이돌 스타와 같은 가상세계에 몰두합니다.

일본에서 이십 년 이상 살며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기자 에티엔 바랄이 쓴 '오타쿠-가상세계의 아이들'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공부하라, 일하라, 소비하라'란 절대명령이 지배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표면적인 안락함에도 불구하고 냉혹한 경쟁에 직면해야 하는많은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생산사회에 들어가는 대신 가상의 세계나 유년의 놀이문화에 남기를 택한다는 것입니다.

심리적 퇴화 또는자폐 증상에 가까운 오타쿠는 일본 사회의 모순이 빚어낸 희생자이자 이탈자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일본 정신과 억압적인 학교 교육에 학대당한 젊은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생존방식이라는 것입니다.

"현실보다 상상의 세계가 더 좋다. 나를 인정해 주지도 않는 사회의 규약들을 지켜서 무엇하냐"라는 한 오타쿠의 외침은 우리 젊은이들에게도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튀어나온 못은 두들겨야 한다'라는 일본 속담을 상기시키며 '튀어나온 못'의 고뇌와 고통은외면한 채 그냥 돌출부를 두드려 박아 넣으려는 피상적인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한심하고 하찮게 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른이 먼저 진실한 마음으로 가슴을 열면 아이도 마음의 문을 열 것입니다.

억압과 강요로 튀어나온 못을 박아 넣으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들은말문을 닫고 자기만의 폐쇄된 세계로 들어가 버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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