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에 오르는가? 가장 명쾌하고 보편적인 대답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일 게다. 지난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대원 조지 마로리아가 이렇게 대답한 말이 전세계로 퍼져 산에 관련한 가장 포괄적인 언어로 지금까지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니체는 산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등산의 기쁨은 상봉을 정복했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이런 말들은 정복대상으로 산을 말했을 뿐 인간들로 인한 산의 훼손은 배제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이 인간들의 발길에 짖밟혀 신음소리가 높아만가고 있는 모양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 이르는 휴전선 남쪽의 백두대간 670㎞구간이 무분별한 등산 때문에 심각하게 훼손된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체는 환경보호단체인 녹색연합.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15개월에 걸쳐 2천847개 지점에서 훼손실태를 조사한 결과 식물이 죽고 맨땅이 드러난 면적이 54만㎡(16만평)라니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전체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산림(山林)이 거덜났다는 얘기다.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지형(地形)의 핵심축이다. 언어와 풍속(風俗)을 가르는 지표(地表)이며 백두대간 이쪽 저쪽에 따라 생태계도 구분이 확실하게 난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1천400㎞에 걸쳐 장쾌하게 펼쳐진 우리나라의 등뼈다.
이 땅의 모든 산줄기와 통하고 있다. 낙동강, 한강, 두만강 등 10개강의 발원지로 배달민족의 생명의 젖줄이기도 하다. 설악산이랄지 지리산, 덕유산 등 한반도의 골격을 이루는 대부분의 명산이 자리한 한반도 유일의 대간(大幹)이다. 백두대간은 한때 이름이 바뀌는 아픈 역사도 있다. 우리국토를 삼킨 일본은 태백산맥으로 기록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산의 해'다. 그만큼 산의 훼손이 전세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는 각성이다. 눈만 뜨면 바라보이는 산이 골병을 앓는다는 절박감 표현이기도 하다. 산을 온전하게 다음세대에까지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스스로가 무분별한 취사나 야영행위를 자제해 생태계 훼손을 막을 일이다. '산에는 우정(友情)이 있다. 산만큼 사람과 사람을 친밀하게 하는 것이 없다'는 등의 산에 대한 찬양도 산림(山林)보존이 이루어진 후에 해야 제격 아닌가. 이런 일들을 민간단체에 전적으로 맡길 일이 아니다. 정부차원의 관심을 기대한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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