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말의 인종학자 모간은 결혼의 발달사를 다섯 단계로 나눴다. 그 첫 단계는 누이와 오빠가 결혼하고 삼촌(三寸) 사이에 결혼하는 근친상간적 가족사회다. 그 다음은 근친결혼이 금지되는 단계다.
세번째는 한 부족과 다른 부족 사이의 짝짓기, 그 다음은 가부장적 결혼이며, 마지막이 일부일처주의다. 하지만 가장 발전한 마지막 단계는 개인의 이권과 개성은 존중되나 여자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자유와 권리도 남성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한다.
▲세상은 그러나 다시 크게 바뀌고 있다. 바르바라 지히터만은'커플'에서 역사란 짝짓기를 위한 투쟁과 고통, 그 대가 치르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멀쩡한 남편과 자식을 둔 유부녀가 연하의 무일푼 대학생(로렌스)과 줄행랑을 놓은 문제를 두고 '사랑은 광기'라고 풀이하고 있다. 불같은 그 사랑의 광기를 승화시키면서 역사도 '사랑에 미친 사람'들이 만든다는 결론에 이른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01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도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결혼한 사람은 그 전년에 비해 4.2%가 준 32만100쌍(1천명 당 6.7건)으로 사상 최저치다. 반면 이혼한 사람은 13만5천쌍으로 전년보다 12.5%나 늘었고, 재혼 비중(남자 14.7%, 여자 16.4%)도 늘어났다.
특히 총각과 이혼녀의 혼인은 2000년 4.9%에서 지난해 5.6%로 크게 증가하는 등 남자들이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전남 영광에서 27세 남자와 그의 스승인 39세 여교사가 결혼해 화제가 된 적도 있지만, 지히터만에 따르면 국제 결혼, 동성 커플, 연상의 여성과 연하 남성의 짝짓기는 더 이상 스캔들도 아니라고 한다.
모든 짝짓기는 동질적 결합에서 과감히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보기까지 한다. 심지어 힘겨운 짝짓기에 도전한 선구자들이 이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연하 남성과의 결혼 추세는 과연 어떻게 풀이해야 할는지….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인류 역사에서 '사랑'만큼 두고두고 진한 감동을 주는 화두는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숱한 얘기를 쏟아냈지만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감흥을 던져 주는 게 사랑이다.
결혼은 '바깥의 사람은 들어가려 애쓰고, 안의 사람은 나오려고 애쓰는 새장'과 같다는 말도 있지만, 요즘 결혼과 이혼 풍속도를 보면 '결혼의 성공은 알맞는 짝을 찾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알맞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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