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인구늘기기 고심

입력 2002-01-30 15:40:00

생거진천(生去鎭川) 사거용인(死去龍仁) "살아서 진천(충북)으로 가고 죽어 용인(경기)에 묻힌다" 는 이 말은 그 출처가 불분명한 채 전설따라 구구히 해석돼 왔다

이말을 두고 진천군은 이곳 토질이 비옥한데다 재해까지 비켜가 사람이 들끓는 곳이라는 해석을 고문헌 기록을 인용해 내놓고 있으며, 용인시는 도처가 명당이라 인재가 속출했던 곳이라고 자의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임자없는 전설을 각색, 지역 이미지 홍보에 당재로 사용해온 이 두 시군은 근자 한 대비에서 불균형이 심각,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살아서 몰려 간다는 진천은 10년동안 인구 6만명선을 지키는데 급급한 반면 용인시는 전국 제1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면서 인구 40만명을 돌파, 옥토 진천과 명당 용인의 인접한 두 도시 대결에서 명당이 빛을 본 셈이다.

---배고픈 전출, 이름만 남은 도시

민선시대 접어 들면서 심화일로에 있는 대·소 도시간 불균형은 소도시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등 아주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내 23개 시군중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지역은 전국 최대 공단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구미시와, 학원도시 경산시 여기에다 시승격 후보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칠곡군.

그러나 경북도내 3개시군은 전국 인구증가 시군(70개)의 5%에도 못 미쳐 일부에서도 지적해온 '경북의 변경화' 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특히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구 10만명이 넘어 군 품격 유지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도내 중북부지역 몇몇개 군이 30여년이 지난 현재 인구가 절반이하로 떨어지면서 이른바 사거(死去) 도시로 전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동보다 적은 군, 군보다 적은 시가 행정구역 구조조정에서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며 내고향이 건재할 수 있도록 정부나 상급지자체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기준에 절대 못 미쳐 명목상의 도시로 남아있는 인구 2만, 3만짜리 군이 늘면서 지자체 별로 인구늘리기에 고심, 묘안이 백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직원들로 하여금 주민등록 말소자 재등록 특별반을 구성, 수사기관의 정보수집 활동을 무색케 하는가 하면 어떤 시군은 직급별 할당제를 도입 개인당 3∼10명 끌어들이기 작전까지 벌이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주민등록 이전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군인, 대학생, 공무원, 접객업소 종사자들이 주민등록을 옮겨 주민등록지와 주거지가 각기 다른 문서상 이산 가족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또 상당수 시군이 출산장려금이나 출산도우미 지원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지원을 하고 있어 '출산과 사망은 고향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주자에게 노는땅 빈집을 제공 하는 시군도 있어 노인층을 겨냥한 인구 유지책도 다양해져 대도시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역특성 살린 유지책 세워야

그러면 이렇게 중소도시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경북도내 연간 전출자는 17만명 정도.

이 가운데 5만명은 대구, 4만5천여명은 서울 경기, 수도권 지역이다.

대구지역 전출자가 가장 많은 편이나 대구에서 경북도내 전입하는 사람은 더 많아 외형상 전체 균형은 유지되나 문제는 서울 수도권 지역 전출이 전입보다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서울 수도권 전출은 대부분 배고픈 전출로 취업이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올핸 예년에 비해 타지역 전출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쌀값폭락 등 악재가 많아 농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농촌도시 농민들이 우선 떠나고 보자는 감정전출이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민이 곧 돈이다'"주민 1명이 늘면 20만원의 재정증대 효과가 있다"지자체마다 주민늘리기에 혈안이나 현재 전국에서 잘사는 도시로(경북에는 거의 없지만) 소문난 시군이나 최근 인구 유치에 성공한 곳은 적어도 7, 8년이상 계속 추진해온 정책들이 지금에야 빛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늘리기에 성공한 전국 10여개 지자체 장들은 나름대로 지역특성에 맞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주민들을 신주 모시듯 받든 덕분이라며 곧 있을 지방선거에 가장 힘있는 유세 내용이 인구를 늘렸다는 사실이 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변제우 경북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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