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이가 천하의 수전노 '자린고비'에게 돈버는 비결을 묻자 자린고비는 젊은이를 마을 뒷산 절벽끝 소나무 아래로 데리고 갔다."맨 끝 가지에 매달리게" 자린고비가 말하자 젊은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두손으로 나뭇가지를 꽉잡았다. "왼손을 놓게" 젊은이가 끙끙대며 한쪽손을 놓자 자린고비는 "오른손 마저 놓게"하고 말했다.
놀란 젊은이가 오히려 두손으로 나무를 꽉 움켜쥐며 "아니, 날보고 죽으란 말이오?" 성을 벌컥내자 자린고비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돈을 보거든 그렇게 꽉쥐고 절대로 놓지말게".
▲올 연말에도 전국 70여곳의 자선냄비엔 어김없이 많은 손들이 찾아와, 작년 모금액(17억원)보다 적으리란 예상을 깨고 20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을지로 지하철역 냄비엔 올해도 얼굴없는 노신사의 100만원권 돈다발이 들어있었다.
한 결핵환자촌 마을공터엔 4년째 쌀 600포대가쌓여 동사무소 직원들이 영문도 모른채 나눠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장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콩나물·떡장사로 모은 1억원을 이웃돕기에 선뜻 내놓은 어머니, 수십년 밥장사로 번 10억원을 장학금으로 쾌척한 할머니…빈자(貧者)의 적선은 이렇게 아름다웠다.
▲계명대 정막래 교수가 새학기부터 자신의 봉급에서 매달 100만원씩을 떼내어 학과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중·고·유학시절을 장학금으로 다녀 이제 나도 베풀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는 서른여섯살의 여교수가 참 예뻐보이는 것은 사실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들이 호주머니에 손넣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은게 인지상정(人之常情). 9억원이 모이면 10억을 만들고 싶고, 99억이 되면 100억을 채우고 싶은 것이 돈번 사람들의 욕심-바로 득롱망촉의 심리다. 후한(後漢) 광무제가 '농'을 쳐 빼앗은 다음 내친김에 '촉'까지 넘봐 중원을 평정했다는 이 욕심의 고사(故事)는 그래서 오늘에도 적용된다.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빼돌린 재산으로 해외관광을 뻔질나게 다닌 이땅의 '자린고비', 고액체납자 117명이 국세청에 무더기로적발돼 떼먹은 세금 300억원을 토해내게 됐다.
부인과 위장이혼하고 부동산을 위자료조로 넘긴 졸부, 수십억짜리 땅팔아 부인·아들 명의로 채권·현금을 숨기고 무재산 결손처리 받은 후 홍콩·미국 등지로 싸돌아다닌 못난 아버지가 그들이었다. 당연히 가난한 이웃에 성금 한푼 내놨을 리 없다. 자기네들 복빌어달라고 절에, 교회에 헌금은 했을 사람들이다.
이처럼 제 욕심만 차리는 중생들의 좁은 속을알아차리셨는지 부처님도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부처 공양 생각말고 배고픈 사람 밥먹여라"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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