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에 위치한 영남이공대학에 들어서면 중앙도서관 벽면을 장식한 커다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은빛의 거대한 천마가 힘찬 날갯짓을 하며 도약하는 그림 아래 새겨진 문구는 '겨뤄보자 4년제'. 4년제 대학을 겨냥해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임병오 학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란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고학력 실업자가 양산되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전문대학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아닐까요? 아울러 교육인적자원부 평가 6년 연속 1위, 전국 최초의 전 강의실 냉난방 시설 완비, 교수진 80% 이상 박사학위 보유, 34년 전통과 5만여 동문의 적극적인 후원은 우리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죠. 이 정도면 겨뤄볼 만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신입생 3천명에 매년 졸업생은 2천100~2천200명선. 30% 가까운 학생들이 중도에 빠져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유난히 재학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임 학장은 "철저한 학사관리"때문이라며 의외의 답을 했다.
"등록금과 졸업생의 질을 맞바꿀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 대학이 지켜오는 전통 중에 하나죠. 등록금을 꼬박꼬박 낸다고 해서 학점을 주고 졸업시키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학생 800~900명분의 등록금은 학교로선 적잖은 수입입니다. 그러나 돈을 더 벌겠다고 해서 기준에 미달된 학생을 졸업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제대로 공부시키기 위해 수업시간에 체벌도 한다고 했다. 실습시간에 준비가 미흡하거나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제대로 복습하지 않은 경우 쫓겨나거나 실험동을 한바퀴 돌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 물론 학생들과의 교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
"머리 굵은 학생들이 이유없는 체벌을 받아들일리 없죠. 그러나 이런 체벌이 본인이나 다른 학생들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하면 달게 받아들입니다. 전문대학생은 4년제 학생들처럼 캠퍼스의 자유만을 만끽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적습니다".
올해로 30년째 대학 강단을 지키고 있는 임 학장은 학생들을 채찍질하기에 앞서 교수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수년째 똑같은 강의노트로 수업하는 교수는 강단에 설 수 없다는 것.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되는 졸업생은 최신 기술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가 경쟁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라고 했다."공부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올해 10억여원을 들여 전 강의실에 개별 냉난방시설을 완비했습니다. 또 매년 등록금의 10% 이상을 실험.실습비에 투자합니다. 내년 2월엔 약 80억원을 들여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도 완공합니다. 준비된 대학에서 4년제와 경쟁할 수 있는 준비된 졸업생이 배출되는 것이죠".
지난 4월 기준 이 대학의 전학년도 취업률은 83.1%. 100%에 육박하는 다른 전문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그러나 임 학장은 단순 취업률이 아니라 취업정착률이 중요하다고 했다. 6개월도 못견디고 뛰쳐나오는 직장이 아니라 평생을 업으로 삼아도 부끄럽지 않은 일자리에 졸업생들이 진출한다는 것. 이 대학의 또 다른 자랑거리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