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 취업 눈높이 낮아져,취업난 장기화 여파 공공근로도 눈길

입력 2001-12-26 12:56:00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취업난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꼿꼿하던' 고학력 미취업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수년째 이어진 실업사태속에서도 당국의 취업알선책은 외면하던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노동관서의 고용안정센터 구직등록에 대거 몰리고 있으며, 주로 고령자나 저학력 출신들이 신청해 온 공공근로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 산하 각 고용안정센터가 내년 2월 대학 졸업예정자들을 상대로 최근 한달간 구직등록을 받은 결과, 모두 2천200명이 참여했다.

이는 종전에 대학재학생 또는 졸업예정자의 월평균 구직등록이 100건에도 못 미쳤던 것에 비해 20배 이상 폭증한 현상이다.

내년 2월 ㄱ대 인문사회계열을 졸업하는 박모(27)씨는 "지난 여름부터 40여차례나 취직 원서를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노동청 구직등록은 사실상의 실업자 등록절차라고 생각해 꿈도 안꿨었다"며 "자존심을 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고용안정센터의 창구를 찾기 시작한 것은 구직등록후 6개월이 지날 경우 장기실업자 고용촉진장려금 적용대상 등 각종 정부 실업대책의 수혜자격을 얻고, 노동부 고용전산망을 통해 전국의 일자리 소개와 대규모 공단의 구인수요조사결과에 따라 일자리를 알선받는 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대구 북부고용안정센터 관계자는 "대졸자들이 취업전선에서 '100전 100패'하는 현실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구직등록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이 아니겠느냐"며 "상담을 해보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지난 15일 마감한 내년 1단계 공공근로 참가희망자 6천612명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는 모두 1천22명으로 전체의 15.4%를 차지했다.

이는 대졸 이상 실업자들이 공공근로가 하수도정비, 재활용 쓰레기선별 등 비교적 험한 일이라는 점을 들어 '일자리'로 여기려하지 않던 풍조와 대조적이라는 게 구청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교육후 취업률이 떨어져 외면받던 노동부의 실업자 대상 'IT훈련과정'에도 다시 정원이 넘치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이 달말 개강하는 IT훈련과정의 경우, 대구에서 5개, 경북 2개 등 모두 7개 과정에 종전보다 정원을 210명 늘렸는데도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몰려 거의 찬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학력 실업자들은 정부가 실시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고자세로 외면하기보다는 취업에 대비한 장기적인 경험쌓기로 활용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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