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단계 法案, 소비자 피해 없게하라

입력 2001-12-15 00:00:00

다단계 판매를 양성화하기 위한 개정법안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소지를 안고 있어 마땅히 재검토돼야 한다. 처벌 규정이 너무 많아 음성화될 수밖에 없다면 이를 입법화함으로써 양성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만에 하나 소비자 주권을 해치는 요인이 있다면 시장질서 확립차원에서 이는 철저히 제거돼야 할 것이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규제를 어느 정도 풀되 업체의 책임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며 "업계도 중립적 자세를 유지했다"는 법안 발의 취지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정안은 현재 20일 이내인 물건의 반품 기한을 14일 이내로 줄이고, 반품도 판매회사에 앞서 판매원에게 먼저 요청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100만원 이상의 상품을 팔 수 없도록 한 조항의 처벌규정을 없애 가격규제를 사실상 풀었다. 특히 처벌도 크게 낮춰 일부 위반행위는 형사처벌 없이 벌금.과태료 처분만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조항이 많은데도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가 발표한 개정안 설명 자료에는 이같은 사실이 빠져 있었다니 결국 소비자를 우롱한 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연히 업계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법무부도 반대 입장을 전달했고 관련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인 통과저지 운동을 벌였는데도 이같은 여론을 무시하고 법안 통과를 강행한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단계 판매는 전체 매출액이 2조원을 넘고 서울에서만 360여개사가 등록돼 있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따라서 불법 확산보다는 이를 양성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업계를 두둔하고 소비자를 도외시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개정법안의 목적과 취지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밝혀 소비자의 심판을 받은 뒤 본격적인 개정작업을 서둘러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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