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정복하라'는 뜻. '스톡홀름'은 '말뚝으로 둘러싸인 섬', '모스크바'는 '음습한 대지의 강', '콸라룸푸르'는 '탁한 하구', '카이로'는 '승리의 수도'를 뜻한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은 사냥을 통해 맨 처음 잡힌 동물의 이름, 즉 '곰'이란 뜻이며, 이탈리아는 옛 라틴어 송아지(vitul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슬로바키아(Slovak)는 '슬라브 민족의 땅'이라는 뜻으로 '슬라브'란 '말수가 적은, 굼뜬 사람들'을 의미한다.
무심코 듣고 넘기기 쉬운 각종 지명들에도 상상을 초월한 재미있는 유래와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땅 이름 속에는 인간과 지역의 특징이 '숨은그림'처럼 담겨있다. 때로는 한나라의 운명이 지명속에 예연되기도 한다. '폴란드'가 그 좋은 예. 옛 슬라브어로 '평평한 땅'이란 의미의 폴란드는 어느 방향으로든 침입당하기 쉬운 지정학적 위치에 있었다.
러시아의 사할린(Sakhalin)과 가라후토(樺太), 쿠릴(Kuril)열도와 치시마(千島), 중국의 탸오위따오(釣魚島)와 센카쿠(尖閣)열도, 한국의 독도(獨島)와 다케시마(竹島)…. 영유권 분쟁이 잦은 이 똑같은 땅을 두고 각기 다르게 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명은 단순한 땅의 이름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자존심이 담겨 있다. 세계 어느나라의 지명이든 그 속에는 자연환경 만이 아닌 민족의 감정.특성 그리고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마을에는 'Old'보다 'New'가 붙은 지명이 많다.New Hampshire, New York, New England 등… 이는 개척의 역사가 짧고 이주민 집단에 의해 건설된 지명을 말한다. 또 서부개척을 반영해 'West'가 붙은 지명이 'East' 보다 많은 것도 흥미롭다.
'지명으로 보는 세계사'(시공사)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땅 이름들에 대한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의 편린들을 흥미롭게 펼쳐보여 준다. 일본의 국제문화연구모임인 '21세기 연구회'의 저서를 우리말로 옮긴(역자 김향) 이 책은 대륙별로 9장으로 나눠 나라 이름과 도시 이름에 얽힌 역사와 유래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지명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를 70여개의 지도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해 더욱 유익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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