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과 조락의 계절을 맞아 지역 문학가에 시집 출간이 풍성하다. 가을 들녘에서 얻는 여유와 창밖의 단풍잎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함께하는 계절. 결국 삶도 그렇고 시도 그런가 보다.
이종암 시인(포항 대동고 교사)의 첫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펴낸곳 모아드림)는 고향과 자연 속에서의 삶,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한과 그리움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정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그의 시 서정의 중심에는 '한'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지만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노래들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기도 하다. 시인은 이같은 자신의 시들을 두고 '내 방식대로 세상과 교접해 온 기쁨과 아픔의 내밀한 흔적들'로 표현하고 있다.
채상근 시인의 두번째 시집 '거기 서 있는 사람 누구요'(문학마을사)에 담긴 시들의 정서도 깊고 깊은 안타까움의 중심에 내재하고 있는 '그리움'이다. 외부로 발현되지 못하고 가슴에서 내연(內燃)하고 있는 그리움과 올바른 삶을 일구기 위한 내적 성찰의 자세를 흥분하지 않고 나지막하게 전하고 있다.
이철현 시인(칠곡군 가산면장)의 시집 '숲에 앉은 무지개'(사람)는 생활 속의 잔잔한 아름다움들을 묶은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소담한 맛을 지니고 있다. 삶 속에 일어나는 미묘한 것들에 대한 보다 가치있는 발견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이 없지는 않지만….
이동백.정광영.박영교.조영일.권오신.권혁모.강인순 등 안동.영주지역의 '시조동인 오늘'은 동인지 제13집 '맑게 씻긴 흔적들'(영남사)을 내놓았다. 이번 시집을 내면서 동인들은 시가 죽어간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은 메마른 시대에 자신들의 작품이 작지만 맑은 이슬같은 존재로 남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
같은 동인인 강인순 시인(안동 경일고 교사)은 '초록시편'(책만드는집)이란 시집을 발간했다. 박시교 시인은 이 시집을 읽고 맑고 투명한 시의 푸른정맥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 시인의 시조는 짙은 우수의 그늘 밑으로 번져오는 따뜻한 눈물자국 같아 이 가을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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