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지역경제의 선택과 집중

입력 2001-11-02 00:00:00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 거기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은 비단 기업조직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즉 '선택과 집중'은 대구·경북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과연 21세기 지역의 대표 산업으로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그 정답은 우리 지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분야이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첫째, 그 산업에서 필요한 생산요소들을 지역에서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고 공급할 수 있는가? 즉 기술인력이나 사회간접자본과 같이 경쟁에 중요한 생산요소의 부존 상태가 우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경우 인슐린 산업으로 유명한데, 이는 당뇨병 연구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우수 병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요 조건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가? 우선 지역의 시장규모가 크고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면 우수한 수요 조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수요자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새로운 시장변화를 빨리 감지한다거나 성격이 까다로와(?) 다양한 요구를 한다면 기업들이 제품을 개선하고 혁신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셋째,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관 산업이 존재하는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지역의 공급업자로부터 원료나 부품을 공급받는다면 가격, 납기, 품질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계시장을 석권한 일본의 전자음악 키보드 산업도 가전, 음향기기와 같은 연관 산업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고 있다.

넷째, 독특한 기업경영 방식이 존재하는가? 예를 들자면 이태리의 경우 가구, 신발, 패션 등 빠른 변화와 유연성이 중요시되는 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가졌다. 이는 이태리 기업들의 경영방식이 이 산업의 역동성과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선택기준을 활용해 대구·경북의 패션산업을 평가한다면 어떠한가? 우선 생산요소에 해당하는 디자이너 인력이나 패션연구기관들의 질적, 양적 수준 그리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측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수요자들의 패션감각, 유행민감도 등을 따져 보고, 액세서리와 원단과 같은 연관 산업의 국제경쟁력도 측정해 봐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기업들이 역동적인 패션산업에 부합하는 경영방식과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평가를 종합하면 대부분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천의 주체인 민간집단의 자생적 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지역경제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계획과 투자를 국가의 지원 없이 민간 자체적으로 해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8 천개 직물업체들이 모인 이태리 피렌체 근교의 프라토시, 이태리 타일산업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사수올로 지역 등은 수많은 업체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한 편으로는 협회를 만들어 공동의 이익추구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았다. 이들은 '기업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고 빠르다' 라고 주장한다.

앞서 제시한 선택의 기준들에 부합하고 민간집단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그래서 21세기 지역경제를 이끌어 갈 산업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한 선택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성공한 지역출신 기업들이 쌓아놓은 지식과 경험, 매년 1천여 명씩 배출하는 지역의 공과 대학원 졸업생들의 전공분야와 진로, 그리고 16개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고 있는 200여 개 입주업체들의 진출분야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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