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광고의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햇살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대개 땅에서 솟아난다. 땅을 파야만 좋은 '아이디어'의 맥(脈 )을 찾아낼 수 있다. 잘 팔리는 광고, 소비자를 움직이는 광고는 이처럼 결코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나는 게 아니다. 많은 땀과 깊은 몰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만 좋은 광고는 탄생한다.
가로수에서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지난 주말에 감동적인 전시회를 하나 보았다. 향토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박동준. 그녀의 30주년 기념 전시회다. 그냥 패션 작품 전시회려니 하고 갔다가 거기서 30년에 걸친 그녀의 무서운 '땅파기'를 보았다.거기에는 패션과 예술과의 만남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한 디자이너의 놀라운 천착의 흔적들이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기존의 패션의 세계만을 고집하지 않고 그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예술 장르와 교감하면서 만남을 시도해온 흔적들. 스스로 말하듯, 한 디자이너의 고통의 산물이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전시였다고나 할까. 단순히 인간의 '옷'에 대한 미학적 접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패션 혹은 생활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정직한 열중'이 전시장 곳곳에 배어있었고 그것은 곧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으로 채색되어 나타나 있는 듯 하였다.
열심히 자신의 일에 '땅파기'를 하는 사람들은 늘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창의적 작업에 몰두하여 자신의 혼을 불태우는 듯한 그런 장인들이나 예술가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그런 극소수 사람들의 창의적 열정과 '에너지'가 인간문명을 발전시켜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비록 상업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광고도 처절한 장인정신이 바탕되지 않고는 하기 힘든 창의적 작업이다. 차선(次善)을 거부해야 하는 숙명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의에의 열정은 마치 난로를 지피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석탄을 집어넣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석탄을 집어넣는 손은 결국 자기자신의 손일 수밖에 없다. 외롭고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녕 위대한 극기(克己)의 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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