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보선 완승 과반 육박

입력 2001-10-26 12:24:00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을, 강원 강릉에서 25일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결과 한나라당이 3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기존의 133석에 3석을 추가, 국회 과반의석(137석)에 1석 모자라는 136석의 거대 제1당으로 부상했다.

중앙선관위 공식집계에 따르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서울 구로을의 경우 한나라당 이승철 후보가 2만7천68표(49.42%)를 얻어 2만3천411표(42.74%)를 얻은 민주당 김한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동대문을 역시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가 3만2천95표(50.56%)를 획득, 2만8천381표(44.71%)를 얻은 민주당 허인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강원 강릉의 경우도 한나라당 최돈웅 후보가 2만8천351표(41.34%)를 얻어 2만2천618표(33.00%)를 얻은 무소속 최욱철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3개 지역 재보선에 총 유권자 44만9천603명 가운데 18만8천537명이 투표에 참여, 투표율이 41.9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선거구별로는 동대문을 지역이 45.6%로 가장 높았고 강릉시가 41.0%, 구로을이 39.4%의 투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한나라당은 선거구 세곳 모두 승리가 확정되자 "민심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두려움과 겸허함, 새로운 각오로 '10.25민심'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권철현 대변인은 26일 총재단회의 브리핑을 통해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국회의원 3명을 당선시킨 의미도 있지만 김대중 정권에게 향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제시한 것"이라며 "오기정치, 독단의 정치를 접어라"고 충고했다.

홍준표.이승철.최돈웅 당선자는 이날 오전 일찍 당사로 출근, 이회창 총재와 당직자들에게 축하인사를 받았고 승리요인을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드센 민심"으로 꼽았다.

이 총재도 "당원 동지 여러분이 정말 수고했다"며 밝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승리의 기쁨 보다 우리당에 던져진 책무의 완수가 더 큰 무게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축제 분위기속에서도 향후 전개될 정국방향에 대해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권 대변인은 "절대 자만하지 않고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면서도 "이 정권이 민심을 거역하고 편파사정이나 정계개편 등 무리수를 감행할 경우 즉시 파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26일 민주당은 침통 그 자체였다. 부랴부랴 국회에서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의원들이 속속 모여들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단지 한광옥 대표만이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 "민심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했다""당 공식기구에서 향후 정국운영 방안을 논의해보겠다"는 요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은 이번 선거 참패가 의외다. 선거 전까지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늘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릉은 제외하고 동대문을과 구로을에서는 7%내지 10%이상 앞서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투표율을 의식해 여론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고 '박빙'이라고만 말해 왔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나자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결국 여당 스스로 자만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민심이 이 정도로 떠나있었는지 몰랐다"면서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의총에서도 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민생안정과 국정개혁에 매진하자"고 역설했지만 의례적인 언급일 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에서 볼 때 선거 참패가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당을 분란으로 몰아갈 가능성을 안겨주었다는 것이 민주당 주변의 대체적 기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자민련은 절박한 분위기다. 자민련은 10.25 재.보선의 결과 캐스팅 보트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상실,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숙원이던 원내 교섭단체 구성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자동맹이 여의치 않은데다 신당 창당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한 발 빼는듯한 입장 표명으로 자민련의 홀로서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는데 당직자들은 공감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내년 양대선거에서의 충청표 확보를 위해 김용환.강창희 의원 영입에 이은 자민련 흔들기에 나설 경우 의원들의 도미도식 이탈 가능성도 점쳐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서울 구로을의 득표율이 1.5%에 불과한데다 선전을 기대했던 강릉에서 조차 김원덕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도 뒤진 4위로 밀려나는 등 극심한 민심 이반현상에 직면, 당 활로 모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우택 정책위의장은 "이미 DJP 공조붕괴로 당이 어려워진 상태라 더 이상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정진석 대변인도 "민의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며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밝혔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청와대는 이번 3개 지역 재보선 참패에 대해 우려했던 결과가 나왔다며 이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 조기 가시화와 함께 여권 내부의 결속력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은 25일 저녁 TV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3개 지역 모두 패배로 굳어지자 유선호 정무수석은 곧바로 비서관 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거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없이 묵묵히 듣기만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재보선은 재보선』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제는 여야가 부질없는 정쟁을 끝내고 민생, 경제 등 국가적 목표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며 『야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생산적인 정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측은 또 이번 재보선 참패로 김 대통령의 정국장악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햇볕정책과 개혁 등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정책들의 추진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여권 지도부와 소장파 사이의 갈등만 남긴채 잠복상태에 있는 당내 소장.개혁파들의 인사쇄신 등 정풍(整風) 요구의 제기로 여권이 또다시 내분에 휩싸이면서 최대 목표인 정권 재창출도 난망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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