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워진 쌀 농사에 타개책은 없는가?물론 완벽한 대책이 금방 나오기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26일 경북도청 WTO기획단이 마련한 쌀문제 심포지엄(경북농업인회관)에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쌀 문제 해결에 국민적 관심과 애정이 대단함도 함께 확인됐다. 여정수 영남대 자연자원대학장의 개회사, 이의근 경북지사의 격려사, 이상천 영남대총장의 축사에 이어 오전 10시 시작된 심포지엄은 5개 분야에 걸쳐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느라 오후 늦게야 끝날 전망이다.
먼저 정부 차원의 대책에 대해 'WTO 뉴라운드와 정부의 쌀 정책 방향'이란 발표를 한 농림부 박해상 식량생산국장은 "쌀농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연말까지 중장기 대책을 확정하고, 농민들을 위해서도 쌀 소득 감소를 보전해 줄 다양한 형태의 직불제 등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고품질의 신품종 개발.보급을 추진 중이어서 2005년쯤 되면 고품질 벼 재배면적이 5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양질미 중심의 유통이 가능토록 수매규격 강화, 등급 다양화, 가격 차등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재배면적 50% 목표
경북도 차원의 대책에 대해서는 도청 김치행 농수산국장이 '경북의 쌀 생산과 소비대책'이라는 발표를 통해 "경북형 대규모 쌀생산 체계 정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385억원을 투입해 생산비 30% 절감과 품질 고급화를 이뤄낼 예정이라는 것. 그 중에는 생산비 절감 시범단지 조성 및 축산분뇨 액비화 사업 연계, 2010년까지 25억원을 들여 산간 오지를 중심으로 500개의 특수농법 쌀 재배단지를 만들어 품질인증 및 브랜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쌀농업 정책의 큰 틀이 재검토되고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화학비료 사용 축소 및 고품질 쌀 개발.보급, 양질미 가격 차별화, 수매가 안정화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국장은 "쌀 수급 기능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소득.경영 안정에 중점을 두자" "생산자 단체와 RPC(미곡처리장)를 중심으로 한 민간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수매가 인상보다는 수매량 확대 등으로 중점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고품질화 전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배.가공 등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해 다양한 기술이 강조됐다.
품질인증.브랜드化
'벼 재배 방법의 발전 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한 영남대 이석순 교수는 "고품질 쌀 생산에는 비료를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쌀의 질도 저하된다"고 환기했다. 이 교수는 경북지역 농가의 비료 사용량은 표준 시비량보다 질소는 28%, 인산은 35%, 칼리는 42%나 많다고 분석하고 "이를 막기 위해 토양의 정밀 검정을 토대로 작목별.토양별 시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이 교수는 더불어 수확 뒤 저장법 역시 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품질에 따른 등급 세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3등급 체계를 일본(현미 6등급, 백미 5등급) 혹은 미국(백미 6등급)처럼 더 세분화하고 값도 차별화해 고급쌀 생산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
영남농업시험장 양세준 수도과장 역시 '쌀 소비 확대를 위한 미질 개선 연구'라는 발표를 통해, "증산 위주 영농으로 질소 비료 과다 사용, 미곡처리장(RPC)의 혼합 도정, 수확 뒤 관리 기술.체계 미흡, 양질 쌀의 식별 능력 및 인식부족 등 혼선이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밥 짓는 새기술 필요
양 과장은 "쌀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밥맛 좋은 양질의 쌀 생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 기상.토양 조건에 맞는 품종 선택, 질소 과용 억제, 수분 함량 적기 수확, 기술적인 건조.저장이 필요하다"며 관련 방안을 소개했다. 또 소비 확대를 위해 학교.군대.대기업체 등 단체급식에서 오래된 쌀(고미)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양 과장은 나아가 쌀 가공식품 산업의 육성을 강조, 일본의 사례를 들어 가면서 가공업체에는 쌀을 저가 공급해 수출로 연결시킴으로써 3% 수준인 가공률을 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공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쌀 가공식품 개발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로 발표한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쌀 연구팀 이현유 박사가 더욱 강조, 우선 "밥 짓는 새 기술의 개발.보급부터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쌀 소비의 95%를 차지하는 밥류의 가공 기술 발전을 통해 밥맛을 높이고 밥 공장 자동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이 박사는 나아가 죽, 식혜류, 떡류, 엿류, 음청류, 쌀술, 식초류의 가공 기술도 개발해 3%에 불과한 가공률을 일본같이 13~15%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수출의 기틀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과 쌀 품종별 가공 용도.특성 규명 등에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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