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부산 도보종단 춘천 박영성씨

입력 2001-10-22 14:21:00

샌드위치맨처럼 커다란 플래카드를 몸에 걸고 대구 도심을 횡단하는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박영성(49)씨를 만난 건 19일 저녁이었다. 10월 6일, 판문점 자유의 다리를 출발, 부산 태종대까지 걷는 중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걸음이 빨라 아마 10월 24일쯤엔 태종대에 도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씨를 비롯한 파룬궁 수련자들의 국토 행진 목적은 중국 정부의 파룬궁 수련자 박해 중단. 박씨와 4명의 수련자가 전국을 걷는 동안 각 지역의 수련자들이 동참, 일정한 거리를 함께 걷는 형식이다. 행진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누어 주기도하고 중국의 인권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수련자들은 걸으며 식사를 하고, 걸으며 쉰다. 잠은 수련생의 집이나 노상에서 텐트를 쳐놓고 잔다. 가끔은 노인정이나 마을 회관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경기도 어디선가에서는 '당신들 도대체 누구냐?'는 경찰의 검문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를 조금 넘을 때까지 하루 평균 30㎞안팎을 걷는다. 때로는 화려한 도심을 지나고 때로는 코스모스가 핀 가을 국도를 따라 걷는다.

헌칠한 키에 미남인 박씨는 춘천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파룬궁 수련을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9월. PC 통신을 통해 파룬궁을 알게 됐다.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자신의 생활방식과 어울린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파룬궁은 종교가 아닙니다. 교리도 없고 규칙도, 숭배의 대상도 없습니다. 그저 자기 수련일 뿐입니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사이비 종교로 몰아세워 탄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5만명이 구류를 당했습니다. 또 5천여명이 강제 노동을 받았고 600여명이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중국에 대한 파룬궁 수련자의 항의는 비단 박씨를 비롯한 한국 수련자들에 한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항의 시위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올림픽 유치를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들도 바로 이 파룬궁 수련자들이다."파룬궁은 중국 정부의 말처럼 사이비 종교나 정치집단이 아니라 단순히 우주의 원리인 진(眞).선(善).인(忍)을 수련하는 것일 뿐입니다". 박씨는 시간이 많으면 열심히 하고, 같이 하고 싶으면 같이 하고, 혼자하고 싶으면 혼자 하는 게 파룬궁이라고 말한다.

"파룬궁은 아무런 조직도, 모임도 없습니다. 먼저 배운 사람이 동네 공원에서 수련하면 이를 따라 배우는 수련자가 생길 뿐입니다". 박씨는 수련을 통해 술도 끊고 담배도 끊었다고 말한다.

파룬궁의 창시자는 중국의 리훙즈(李洪志)이며 1992년 5월부터 전하기 시작, 현재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약 1억 명이 수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상륙시기는 1995년. 현재 국내 수련자는 5천명 안팎으로 추산될 뿐 정확한 통계는 없다.

파룬궁은 5가지 동작을 통해 심신을 다스리는 불가(佛家)의 수련법 중 하나로 초보자도 30분이면 동작을 배울 수 있고 1주일이면 완전히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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