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프간 공격-UN 공습중단 요구

입력 2001-10-22 00:00:00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은 당초 민간인 피해예방과 구호활동 전개 등을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국제사회의 역학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아프간 민간인들의 참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믿을만한 외신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고 피해정도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프간 민간피해 증가가 향후 미국의 군사행동전개에 적지않은 제약 요소가 될 전망이다. 수하일 샤힌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부대사는 이란 관영 IRNA 통신의 보도를 통해 "미군의 폭격으로 21일(현지시간)까지 1천명의 민간인들이 사망했다"며 "미국이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있고 심지어 오늘까지도 카불 시내 카이르 카나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을 퍼부었다"고 주장, 아프간 상황을 대변했다.

그는 "왜 서방 인권단체들이 아프간 시민들의 무자비한 학살에 침묵만 하고 있는가"라고 인도적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영국 주간 옵서버지는 21일 유엔이 처음으로 인도적 구호활동을 위해 미국과 연합군의 아프간 공격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이 이같은 급진적 조치를 검토한 것은 미국의 공습으로 아프간에 대한 구호활동이 전면 중단되고 있기 때문. 유엔은 미국이 공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가뭄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간 민간인들이 대참사를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상당수 국가들도 21일 미국에 대해 아프간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을 정치적 노력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상하이(上海)에서 20일 폐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결과를 요약하면서 "아프간 사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군사적 측면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급속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군사적 수단으로는 우리가 결코 아프간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아프간 군사 공격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얻어낼 수 없었던 점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실감케 한다.

이슬람권 국가들의 공격 반대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일방적 행동보다 유엔 주도 하의 집단적 테러 작전을 선호하며 라마단 이전 군사행동 종료를 원한다"며 미국에 대한 군사작전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미국의 테러전쟁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이같은 군사작전이 아프가니스탄 너머로 확대되는데 반대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아랍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국제전문가들은 탄저균 테러가 이라크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확전에 대해 국제사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아프간에 대한 군사작전이 장기화될수록 국제사회의 반대압력도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