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수매 보전 시군에 넘기다니

입력 2001-10-20 14:48:00

쌀수매를 떠맡은 농협 등이 시가 매입을 고집하자 정부가 일선 시청·군청에 정부 수매가격의 차액을 보전 조치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은 무대책 농정의 표본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소비감소로 쌀 재고량이 늘고 올 쌀 생산량이 늘어 쌀값 하락이 충분히 예견돼 왔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임시 미봉책으로 사태를 피해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때문에 해마다 국내 농업보조금 700억원씩을 감축해야 돼 수매량을 늘릴 수 없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작년부터 수매가와 시가와의 차이가 벌어져 쌀 수매와 관련,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농협과 미곡처리장(RPC)의 문제를 방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농협 등이 정부에 반발, 매입가를 벼 40㎏ 가마당 2등급 5만7천760원보다 크게 낮은 4만~5만원선에 책정한 것은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무작정 적자만 보라고 다그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문제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가 지자체에 차액보전을 요구한 데 있다.현재 지자체들은 도내 재정자립도(70%) 1위인 구미시를 제외하면 예산 확보에 별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다. 거의 대부분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열악하기 짝이 없어 차액을 보전해 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영양·봉화·청송 등 9개 시군청들은 전혀 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으며 그외 13곳도 건조수수료, 수매용 포대구입비 등의 지원 정도의 대응에 그치고 있다.

경북도내 경우 수매량 213만섬중 농협수매분은 55만섬, 미곡처리장 수매분은 77만섬으로 만약 지자체에서 차액을 보전할 경우 대략 660억원, 지자체 평균당 28억6천900만원이 된다. 각 지자체들은 내년 지방선거와 재정형편 등의 변수에 따라 지원규모를 정할 것으로 보여 지역별로 수매가가 달라지는 초유의 혼란상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다.

우리는 이와 관련, 정부가 쌀농업 직불제 확대를 비롯, 포대·비료지원 등 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지원대책을 검토, 마련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또 효율적인 쌀 소비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는 등 쌀값 안정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부터라도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양정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하는 것이 절실하다. 식량안보를 감안한 쌀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에 나설 필요도 있다. 지금처럼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에 떠넘기는 등의 무대책·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것은 더이상 안된다. 농정당국자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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