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못믿을 김정일

입력 2001-10-18 00:00:00

김정일(金正日) 북한국방위원장에 대한 인상은 아직도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는 점이 보편적인 접근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고 본다. 평가를 할만한 충분한 자료나 정보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험한 인물이라는 부정의 시각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주된 심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언론매체에 전신을 드러낸 김정일에 대한 거부감은 조금 엷어졌을지 몰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전쟁도 불사할 인물'로 남아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심경을 밝혀 주목을 끈다. 현정부가 보는 견해와는 사뭇 다르다. 핵심은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자고 했으나 미국의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있고 그런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방법은 재래식 병력을 뒤로 돌리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영화광'이라든지 '미치광이', '전쟁광' 등이 종전까지만 해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투영된 이미지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자, 전략가로까지 말할 정도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북쪽에서 보면 북한이 최근까지 수행하고 있는 대내외정책은 실리를 충분하게 챙기는 전략가라는 평가를 내릴만 하다. 남북정상회담도 대남(對南) 강경일변도에서 온건전술을 구사한 이중·다차원적인 전략으로 비쳐질 정도가 아닌가. 온건과 유화제스처는 식량지원도 얻어내고 자신의 이미지 개선도 이루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김정일의 전략에 우리는 계속 허둥대는 꼴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남북당국자 회담에서 약속한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해도 효과적인 대응책이 없는듯한 상황은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상봉 열기는 식량지원이 당초 요구한 것보다 못미치기 때문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우리는 줄것은 다주고 뺨맞는 격이다. 연기 지시는 김정일 위원장만 내릴 수 있다는 서영훈 한국적십자사 총재의 말은 우리가 취할 태도가 무엇인지, 시사하고 있으나 정부는 식량지원과 이산가족상봉은 연계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일방적인 구애(求愛)의 또다른 모습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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