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대구-전시.공연 에티켓

입력 2001-10-18 00:00:00

(19)전시.공연 에티켓

일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30대 여성이 애완견을 안고 전시실 로비에 들어섰다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개는 이곳에 출입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설명을 들은 이 여성은 애완견을 밖에 내놓고서야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주말만 되면 이곳 직원들은 개를 끌고 들어오려는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게 일상사가 됐다. 직원 이창섭(42)씨는 "직원들이 몇차례 제지를 해도 '왜 개와 함께 입장할 수 없느냐'며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처럼 작품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거나 다른 관람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태가 미술전시장에서 비일비재하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입장하기' '전시실에서 아이들을 마구 뛰어놀게 하는 부모' '음료수.커피잔을 들고 관람하기' '작품에 손을 대거나 심지어 발로 툭툭 차는 관람객' 등등….

공연장에서도 에티켓 부재의 장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난 4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합창 공연. 오후 7시 공연시작 때에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 종반에는 고작 1백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관객들이 자신과 관련있는 팀의 공연이 끝나면 다른 출연자들의 공연을 볼 생각도 않은채 서둘러 빠져나갔기 때문.

한 연주자는 "무료 공연이나 여러 단체의 공연 때에는 관중석의 소란으로 연주하기가 싫어진다"면서 "체면치레나 얼굴을 내밀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고말했다.

또 공연 시작후 늦게 우르르 입장해서는 "내 자리입니다" 등의 소리를 내며 자리를 찾거나, 공연중에 출연자를 만나려고 무대 뒤편을 찾는 행위도 여전히 눈에 띈다. 예전보다훨씬 나아졌지만 공연중 휴대폰을 울리거나 휴대폰 통화를 하는 추태도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여상법(42)씨는 "외국에서는 음악 공연장에 정장을 입지 않으면 아예 입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에티켓을 중시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시민의식으로 문화공연이 대거 열리는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어떻게 치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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