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좋은 창작품 나와야 음악이 산다

입력 2001-10-17 15:12:00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로서 50년을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음악계에서도 좋은 창작품이 나와야 50년, 100년 뒤 세계 음악계와 어깨를 겨룰 수 있을 것입니다".

20세 약관에 음악계에 투신, 올해로 고희를 맞은 월금 우종억(영남작곡가협회 명예회장 및 한국지휘연구회장)씨가 음악생활 반세기를 기념해서 대구시향 제286회 정기연주회(19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객원지휘를 맡는다. 특히 이번 대구시향의 정기연주될 교향시곡 '달구벌',바이얼린협주곡 '비천', 가곡 '청산리 벽계수야'와 '산사' 그리고 교향곡 제1번 '아리랑'은 전부 우종억씨의 창작곡이다. 이 가운데 교향곡 제1번 '아리랑'은 9년전에 호주 시드니대학에 교환교수로 있을 때부터 구상, 금년 봄에 작곡을 끝내고 이제 막 출판한 30분짜리 큰 작품이다. 아리랑 교향곡은주요 주제로 아리랑을 활용, 한민족의 역사적 아픔과 기쁨, 그리고 21세기 희망을 담고 있으며, 이번 초연에서 대구시향에 헌정돼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아리랑 교향곡을 헌정하는 것은 내 음악의 고향이며 원천인 대구시향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렵게 만들고 키워온 대구시향의 소리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기량만 믿으면 한계에 부닥칩니다. 대구시향의 정신을 살려야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난 50년도부터 트럼펫 주자로 대구교향악단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던 우씨는 지난 64년 대구시향 창단시 트럼펫 수석주자로 대구시향과 인연을 맺은 이래 부지휘자(70~77년), 상임지휘자(79~86년)를 역임하면서 교향악단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구시문화상 첫 수상자가 됐다. 94년12월 대한민국 작곡상, 96년 1월 비평가 그룹이 지정한 오늘의 음악가상, 2000년 6월 폴란드 십자훈장을 받았다. "작품을 하면 할 수록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실감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음악을 하고, 너무 쉽게 조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라 다카시는 94세인데 아직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팔공산 밑 자택에 자연과 음악과 사람이 하나되는 월금예원이라는 연주공간을 마련, 전원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우씨는 어떤 책임을맡는 자리를 피하고 죽는 날까지 순수하게 예술외길을 걷겠다고 밝힌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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