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일본교육에는 학력붕괴, 학급붕괴나 학력저하, 교내폭력이라는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문이나 교육에 관해 고민을 하던 중에 읽게 된 것이 바로 퇴계 선생의 '사학(四學)의 사생(師生)을 깨우치는 글'이었는데 이를 통해 실로 깨닫는 바가 많았다. 이 글에는 학교 교육에 관한 퇴계의 견해들이 비교적 잘 나타나 있다.
학교라는 것은 풍속교화의 근원이자 사회의 규범이 되는 것을 확립하는 장소이며, 이곳에서 유생들은 예의를 근본으로 삼아 수양을 한다. 그리고 국가는 학교를 설립하여 유생들을 양성하기 때문에 그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생들은 스스로 수양을 함으로써 경박하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취할 염려도 전혀 없다. 또한 선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예(禮)와 의(義)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즉 스승은 학생을 엄격하게 대하며, 학생은 존경심을 갖고 스승을 대할 때야말로 각자의 올바른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리키는 엄격함이란 학생을 호되게 나무라는 것이 아니며, 또 존경심이란 학생의 비굴함이 아니라 모든 것을 예(禮·사회적 규범)에 바탕하여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원인은 '가르치는 선생에게 원인이 있다' 즉 선생이 된 사람들이 교사라는 직무 수행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퇴계가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오늘날 일본이 떠안고 있는 교육문제와 너무나 흡사하다. 그런데 우리들 선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학생들이나 사회로 떠넘기려고 한다. 퇴계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배우지 않으면 금수(禽獸)와 다름없다. 따라서 인륜을 명확히 밝히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뜻을 세운 선비라면 이를 한탄하여 책을 갖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인륜을 명확히 밝히고 후세를 위한 서원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결국 퇴계는 주자의 '백록동학규(白鹿洞學規)'를 본받아 오륜에 바탕하여 궁리독행(窮理篤行)의 학문으로 나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퇴계는 유학이란,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오르기 시작해야 하며, 먼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 걸음을 내딛지 않고는 높은 곳에 오를 수 없듯이, 세상 모든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즉 학문을 한다는 것은 인륜을 명확히 밝히기 위함이며 수행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을 오륜에 바탕 한다는 의미이다. 궁리(窮理)의 요점이 되는 것은 박학(博學)·심문(審問)·신사(愼思)·명변(明辯)이라고 퇴계는 제시하고 있다.
퇴계의 학문은 평소 자신의 행동 속에서의 수양이며, 누구나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힘든 것이 아니며, 누구나 행해야 하는 것을 행하며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을 수행해야한다는 뜻이다. 퇴계 교육관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인륜의 도(道)와 이를 지탱하는 예(禮)이다. 그리고 학생은 뜻을 세워 이를 날마다 실천해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해 온 내용들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며 당연히 그래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좀처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선생을 떠올리면서 용기를 내어 실천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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