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대구시내 ㄱ대 사회계열학과를 졸업한 정모(29.92학번)씨는 요즘 대입수능 준비에 매달려 있다. 목표는 대구교대. 3년여의 백수생활 끝에 내린 최후의 선택이다. 대학 졸업 후 2년동안 50여곳에 입사원서를 넣었던 정씨는 올해부터 취업연령제한(74년생)에 걸려 일반 기업은 포기했다. 정씨는 "입사시험을 치르기 위해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고 지금까지 쓴 교통비만 해도 몇백만원에 이른다"며 "일반공무원 9급도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률 때문에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이라며 한숨지었다.
ㅇ대 인문계열학과를 98년 졸업한 박모(30.91학번)씨는 4년째 백수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위의 눈총 때문에 매일 대학도서관에 나오기는 하지만 하루종일 게임방에서 시간을 때운다. 게임에라도 빠져들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미칠것 같기 때문이다. 박씨는 "연령제한 때문에 취업을 포기하고 2년째 노무사 시험에 매달렸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며 "지금은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닫았다.
대학가에서는 박씨처럼 취업에 실패한 91학번을 취포(취업포기), 또는 취사(취업4수생)라고 자조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경기침체 속에서 미국의 아프간전쟁 여파까지 덮치는 바람에 대졸자들이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절망하고 있다.
취업연령을 넘긴 90년대 초반 학번들은 다시 대학진학을 꿈꾸거나 취업포기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졸업이 두려운 재학생들은 무더기로 휴학을 신청해 대학의 강의실마저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졸 이상 실업자는 2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6만9천여명에 비해 18.3% 늘었다.
게다가 미국의 아프간전쟁과 세계경제 침체로 기업들이 인력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어 20만명의 대졸실업자와 내년 졸업예정자 17만여명은 실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휴학을 하려는 재학생들이 급증, 영남대의 경우는 휴학생이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2천39명, 98년 2천520명에서 지난해 3천453명, 올해 3천584명으로 늘어났다.
경북대 역시 97년 5천859명, 98년 6천321명에서 지난해 7천391명, 올해는 이 달 현재 8천13명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한자 등 3개의 자격증에다 해외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95학번 우모(27.대구 ㄱ대 4년)씨는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재학생 신분을 연장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며 지난달 휴학 했다. 우씨는 "적성.직종.월급에 상관없이 받아만 준다면 무조건 입사한다는 '묻지마 취업'도 많아졌다"며 "재학생들에겐 '휴학이냐, 묻지마 취업이냐' 두 가지 선택 뿐"이라며 어두운 표정이었다.
경북대학교 직업능력개발센터 김기동 팀장은 "대학으로 들어오는 입사추천원서가 외환위기때보다 더 줄어들었고 늘어나는 휴학사태로 강의붕괴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며 "교육과 직업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 대졸 실업률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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